IMF체제 이후 벤처 창업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정책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정부의 육성정책이나 의지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기술과 아이디어, 벤처자본, 마케팅능력, 창조적인 경영 등의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게 벤처산업의 현주소다.
특히 독특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가장 중요한 장치는 자금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벤처 강국」으로 불리는 것도 그 밑바탕에는 벤처펀드라는 필요조건이 갖춰져 벤처기업이 자랄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벤처기업의 자금이 대부분 국가에서 지원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금 배정시 실패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벤처기업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이 이에 따르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벤처기업의 천국인 미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자금지원 기준을 만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이라 해서 별도의 특혜를 주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법적 장치를 만들어 투자자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벤처 자금줄에 해당하는 자금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금지원체제를 기존 간접금융 방식에서 직접금융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창업지원자금 7500억원을 창업투자회사에 우선 배정하고 창업투자회사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중기청이 이달부터 신용평가가 우수한 창업투자사를 통해 매칭펀드 형태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 지식기반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들어간 것도 직접금융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투자펀드 수나 규모면에서 선진국과 엄청난 편차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지난 4월 말 현재 총 2901개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 벤처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전자·정보 부문이 891개사(31%)로 가장 많다. 기계·금속 부문이 854개사(29.3%)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전기·가전 부문 442개 업체(15.2%), 섬유·화학 부문 365개 업체(12.6%), 의료·정밀 부문 189개 업체(6.5%), 기타 160개 업체(5.5%) 순으로 집계됐다. 기술집약적인 전자·정보통신관련 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 정부와 벤처캐피털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정보통신 벤처기업 전용 투자조합 결성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정부의 벤처기업 자금지원체계가 바뀌는 중요한 정책변화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보통신부가 융자로 지원해 오던 벤처 지원자금을 투자 위주로 전환키로 하고 한국IT벤처 등 벤처캐피털 3개사와 공동으로 100억∼2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 펀드 3개를 만들어 창업 초기단계인 유망 정보통신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키로 한 것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이같은 업종별 분포를 감안한 정책변화로 해석된다.
이전 정부의 정보기술(IT)전문 벤처펀드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지난해 결성된 1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전문LG투자조합」을 포함해 모두 4개로 늘어나 그동안 미진했던 IT분야의 벤처투자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정보통신업체가 전체 벤처기업의 70%에 달하고 있으나 투자는 30%에 그치는 등 IT관련 벤처투자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어쩌면 IT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투자조합 결성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같은 재원으로는 역부족이다. 벤처기업들이 영세성으로 인해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IT관련 벤처기업이 창업·성장하는 데 필요한 젖줄에 해당하는 IT펀드의 규모를 대폭 확충해 벤처기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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