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국내 Y2K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다가올 2000년의 예고된 재앙을 막기 위해 「Y2K 815」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은 Y2K문제 대처방안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한데다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국내 영세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자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컨소시엄의 이름도 우리에게 「해방」을 상징하는 「Y2K 815」로 정하게 된 것이다. 이 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이끈 사람은 케미스의 박병형 사장(45). 그는 이 컨소시엄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업계에선 「Y2K 전도사」로 불린다.
『국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Y2K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도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곧 국가 산업발전이란 점을 감안할 때 우리와 같은 동종업계가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Y2K」와 같이 예고된 재앙은 힘을 합해 미리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그는 이러한 취지에서 동종업체들을 설득해 봉사단체 성격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에선 「가만히 나두면 언젠가는 찾아올 고객인데」라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도 박 사장은 Y2K 815 컨소시엄 활동에 조금도 굽힘이 없다. 오히려 그는 컨소시엄과는 별도로 중소기업청을 통해 지원을 요구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문제를 적극 해결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다만 중소기업청과의 지원 약속에는 「무료」라는 단어를 서류에 남기지 않았다. 이유는 먼저 동종업계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고 다음은 자청해서 하는 일을 남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같이 「Y2K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박 사장은 실제 「전도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서울 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전도사를 시작하면서 빈곤이란 의미의 참뜻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더 많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 삼성그룹 종합전산실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후 숭실대학교 전산실, (주)유공 경영정보실을 두루 거치면서 지난 89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케미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프로그램 자동화도구인 케이스 툴인 「YESMAN」을 비롯, 「YES!ERP」와 Y2K 솔루션인 「YES2000」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초창기 빛을 보지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Y2K문제가 확산되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금융권 Y2K문제 컨설팅을 실시한 케미스는 이어 국방관련 Y2K문제 진단 컨설팅, SK텔레콤 등 통신부문 Y2K문제 해결에 선봉자 역할을 해왔다.
한편 박 사장은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단국대 경영대학원, 연세대학교 산업대학원 등 18년 동안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기록도 갖고 있다.
평생 공부를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는 「밀레니엄 버그」 「벤쳐 마스터가 되는 길」 「YESMAN」 등의 책자를 저술하기도 하고 케이블TV 등 방송에서 Y2K관련 초청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등 Y2K 전도사 임무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를 존경한다는 그는 5년 후에는 경기도 일원에 집 없는 불우한 이웃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이들과 함께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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