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2000년(Y2K)문제를 둘러싸고 전세계적인 소송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100여건의 크고 작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소송대란의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특히 IBM·마이크로소프트(MS)·AT&T 등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주도하는 유명업체들도 줄줄이 제소당하고 있어 Y2K 소송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IBM의 경우 97년 약 2만달러를 주고 설치한 컴퓨터시스템에 Y2K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일리노이주 오크부룩의 한 부인과 의사로부터 협력업체인 메딕 컴퓨터 시스템스와 함께 지난해말 제소당했다.
이 의사는 컴퓨터 시스템 설치비용을 지불한 직후 메딕으로부터 2500달러 정도에 Y2K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유받고 나서야 제품에 결함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에 IBM과 메딕을 상대로 무상 수리와 함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MS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루스 카즈마렉 등으로부터 집단소송을 제기당했다. 이들은 MS가 윈도용 개발도구인 폭스프로 2.5와 비주얼 폭스프로 3.0이 99년 12월 31일 이후 Y2K문제에 직면할 줄을 알면서 출시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정 프로그램을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인 AT&T와 자회사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스가 이들 회사의 통신장비를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들을 대리한 뉴욕의 한 로펌으로부터 소비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원고측을 대리하는 비타이 앤드 오스본 LLP라는 로펌은 뉴욕과 뉴저지 법원에 각각 제출한 소장에서 AT&T와 그 자회사가 Y2K문제가 존재함을 알면서도 「2000년 이후에도 당신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의 홍보물과 함께 통신장비들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통신장비는 교환기에서부터 시스템 관리장비와 비디오 영상회의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슨트측은 이에 대해 지난 96년 9월 이후 제조된 제품은 Y2K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문제가 있을 경우 자사 비용으로 해결해주고 있으며 그 이전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대부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솔루션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며 원고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같은 최근의 잇따른 소송에 대해 아직까지는 Y2K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발생에 따른 소송보다는 잠재적 피해 가능성을 안고 있는 Y2K 미해결 시스템의 해결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니켈합금 제조업체인 인코얼로이스인터내셔널이 시스템통합(SI)업체인 AS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Y2K문제 해결에 관한 특별한 약정이 없었다면 SI업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ASE는 인코가 요구한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 그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코는 지난 95년에 5년 기한의 SI계약을 ASE와 체결했으나 이 회사가 Y2K문제는 자신들의 책임사항이 아니라며 무상해결 요구를 거부하자 다른 업체에 문제 해결을 맡긴 후 ASE에 소요비용 39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미국 법원의 결정은 컴퓨터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측이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이같은 결정이 있은 후 뉴욕 법원도 재무소프트웨어인 「퀴큰」의 제조업체인 인튜이트를 상대로 제기된 3건의 Y2K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기각, 공급업체의 손을 들어 준 또다른 판례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미국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송에서 제조업체나 서비스 제공업체가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송 사안에 따라선 제품 구매자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업체가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Y2K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거나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제품 개발업체나 공급업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으로 Y2K문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발생이 본격화하면 공급업체측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공급업체들이 Y2K를 「특수」로만 접근하지 말고 「대고객 서비스」라는 의식을 가지고 문제해결 노력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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