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자기혁신의 채찍질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지금 공급초과와 수요부진에 부닥치면서 생존을 위한 일련의 합병과 제휴를 통해 업계재편을 시도하고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정보기술을 이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자상거래 체계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세계적인 거대 자동차업체들은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공동구매에 활용함으로써 기존 협력사와의 수직적 폐쇄구조를 과감하게 혁파하면서 기업간의 장벽뿐만 아니라 국경마저도 초월하는 부품구매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과감한 변신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논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의 선봉에 선 기업들은 다름아닌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인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소위 미국의 빅3.
이들 업체는 오토모티브 네트워크 익스체인지(ANX)라는 자동차업종의 전자상거래 기반구축을 통해 빅3가 개별적으로 보유한 부품·원재료 협력사와의 전용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 공동운영에 착수한 것이다. 포드는 지난해 11월부터 17개 대형 부품사와 ANX를 통해 부품설계도 등을 CAD데이터로 교환하고 있으며, GM 역시 몇몇 업체와 이같은 거래를 시작했다.
빅3의 ANX 추진은 일본과 유럽 자동차의 미국시장 잠식에 대응하고 생산성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81년 빅3와 1300개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추진협의회(AIAG : Automotive Industry Action Group)를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빅3는 ANX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AIAG에 그 효과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결과 자동차 한대당 1200달러의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또 5000개 회사가 ANX에 참여할 경우 연간 생산비 절감은 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GM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익의 6배라는 것이다.
ANX를 통해 자동차회사와 부품업체 등 참가기업은 인터넷으로 연결돼 각 기업은 통신비를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각종 데이터 교환시간이 단축돼 개발기간 단축에서 대금회수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게 된다.
빅3는 이미 4000여개의 기업이 ANX에 협력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 힘입어 북미지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도 ANX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유럽에서도 ANX에 준하는 형태의 동일한 네트워크 구축을 검토하고 있고, 일본도 통산성이 자동차메이커와 공동으로 표준화된 정보인프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일본판 ANX 검토에 착수할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의 자동차 리사이클업계와 미국자동차부품공업회에서는 올해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는 등 미국과 일본을 잇는 정보네트워크 구축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빅3가 ANX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구매비용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데 있다.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한 첫번째 목적이 연간 14억달러에 달하는 구매비용을 줄여보자는 데 있다는 점은 우리 자동차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매비용 절감은 자동차업계의 생존을 위한 최대 화두로 부상했으며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라는 점을 업계가 인식한 셈이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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