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50);달과 인간

　서양의 「늑대인간」 전설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보름달이 뜨면 인간이 늑대로 변해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는 데 습격을 받고 요행히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물린 사람 역시 늑대인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처럼 달이 인간에게 뭔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과연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늑대인간 얘기를 1백% 허황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 여성들의 월경주기를 들 수 있다. 월경은 건강한 사람이면 평균 29∼30일의 주기로 나타나는데 이는 정확히 음력 월의 날짜 수, 즉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와 일치한다. 이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직도 현대 과학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여성의 월경 주기가 달의 변화 주기와 같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달거리」라는 말을 썼다.

　실제로 음력으로 보름이 되면 「늑대」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아놀드 리버 박사는 70년대에 이에 관해서 실제 사례를 조사한 바 있다.

　74년 1월 8일(음력으로 12월 15일), 지구상에는 대규모 만조현상이 일어났다. 이날 지구와 태양, 달이 거의 일직선상에 놓이는 회합(會合)이 발생했으며 특히 달과 지구의 거리가 평소보다 매우 가까워졌다. 리버 박사는 이 시기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대상으로 범죄의 증가율에 주목했는데 그 결과 1월의 첫 3주간에 발생한 살인사건만 해도 전년도인 73년 1월 전체 살인사건 발생수의 두배가 넘었다.

　게다가 그 기간 동안에는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이상한 범죄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 리버 박사는 70년 9월 만조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74년 1월 8일의 대규모 만조 때에는 마이애미 경찰서에 경고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리버 박사의 이론은 인간의 공격성향이 달의 공전주기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 상습 범죄자 등 자기 제어가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리버 박사는 자신의 이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편다. 「인체의 80%는 수분인데 이는 지구 표면의 해양면적 비율과 비슷하다. 달의 인력이 바닷물에 조석과 간만의 차를 일으키듯 인체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인간도 달에 의해 생리적인 조석, 간만 현상을 겪는다.」

　보름달의 영향은 비단 범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방서에는 보름 때가 되면 전화가 더 많이 걸려오고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들의 행동이 더 이상해진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여성들 중에는 생리 때만 되면 본인도 억누를 수 없는 「절도」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생명조류」를 쓴 영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라이얼 윗슨은 지구상의 생명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통찰을 남긴 바 있다.

　「생명체의 몸 속에는 나트륨, 칼륨, 코발트, 마그네슘, 아연 등 태초에 생명이 움트던 바다 속과 같은 성분들이 걸쭉한 액체 상태로 들어 있다.

　우리는 우리 몸 속에, 수십억년 전의 바다 속과 똑같은 생명의 요람을 살아 있는 화석으로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석, 간만현상을 보이던 바닷물을 양동이로 퍼올려 살펴본다고 해서 그 현상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명체 역시 하나의 운동이자 물질의 조화이다. 우주의 법칙에 따라 리듬을 타는 신비하고 멋지면서도 불합리한 그 무엇인 것이다.」

　「늑대인간」의 수수께끼는 21세기 과학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