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통신 컴퓨터사업 "대우정밀"로 통합하는 속뜻은..

 대우통신 컴퓨터사업의 향후 진로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통신 컴퓨터사업과 대우정밀 통합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제일은행이 체결한 「대우그룹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보면 대우통신의 통신사업은 외국인 합작대상으로 분류, 외자를 유치한 후 계열에서 분리하고 통신사업을 제외한 대우통신의 기존 사업은 모두 대우정밀로 통합하는 것으로 그 가닥을 잡고 있다. 따라서 대우통신 컴퓨터사업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우정밀로 통합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우통신측에서는 대우정밀로의 통합 이후 컴퓨터부문이 크게 육성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통신부문 외자유치로 들여오는 자본을 컴퓨터부문 부채탕감에 활용함으로써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대우정밀의 자동차 부품기술을 적극 활용해 오토PC, 오토비전, PNA 등 차세대 자동차용 정보단말기를 개발 생산할 수 있게 되며 대우정밀의 가공기술을 활용한 팩시밀리·프린터·웹폰·영상단말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사업으로 확대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대우통신은 밝혔다.

 그러나 대우통신의 이러한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먼저 대우그룹이 컴퓨터사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우통신 컴퓨터사업을 대우정밀과 통합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업계관계자들이 거의 없다.

 대우그룹은 대우전자를 삼성자동차와 맞교환하는 「빅딜 상품」으로 내세울 때부터 앞으로 자동차에 주력하고 전자·정보통신 분야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올초까지만 해도 대우통신의 통신사업 부문은 그룹차원에서 중점 육성대상이었는데 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외자유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그동안 해외기업이 대우통신의 통신사업 부문에 대한 자본투자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부문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 외자유치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이번 대우통신 컴퓨터사업의 대우정밀 통합결정은 『통신부문이라도 외자유치를 성사시켜야겠다』는 긴박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대우그룹은 대우통신을 대우정밀과 통합하는 것 외에도 경남금속·코람프라스틱·한국전기초자 등의 계열사도 대우정밀로 흡수 합병시킬 예정인데 여러 사업을 한 회사에 몰아놓고 그 중에서 컴퓨터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약해보인다.

 따라서 이번에 대우그룹이 대우통신 컴퓨터 사업부문을 대우정밀로 통합하는 것은 통신부문에서의 외자유치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당분간 그룹에서 안고 나가면서 합작형태의 외자유치를 통해 분사시키려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컴퓨터업계 관계자들도 앞으로 대우통신의 컴퓨터사업이 부채를 정리하고 독립경영 체제를 확보하는 길이야말로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더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