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프린터> 한국HP-삼성전자 "쌍두마차"

세계 프린터 시장은 최근 완제품부문에서 미국 HP의 독주체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부품부문에서는 일본 캐논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미국 렉스마크사의 아시아권 공략이 두드러지고 있고 일본 엡슨이 디지털카메라와 더불어 프린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프린터 시장 역시 지난 2·4분기 기준으로 HP가 31%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엡슨과 캐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국내 프린터 시장은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1백40만대에 크게 밑도는 80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 중 잉크젯프린터가 80%를, 레이저프린터가 15%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공급되고 있는 잉크젯·도트매트릭스·레이저 등의 프린터품목 중에서도 레이저프린터 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올 한해 가장 위축된 것으로 프린터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레이저프린터는 제품 자체의 가격도 높지만 토너와 잉크카트리지·용지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해 구매와 동시에 발생하는 「보유비용」이 다른 컴퓨터 주변장치에 비해 높아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프린터 시장의 포화로 이같은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지다 오는 2000년경부터 다소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 프린터 시장의 특징은 올해 큐닉스컴퓨터의 부도여파와 LG전자의 프린터 사업 포기로 잉크젯·레이저프린터 분야에서 모두 한국HP와 삼성전자의 2강체제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또 큐닉스컴퓨터의 뒤를 이어 베리텍 등 3개의 중소 프린터 관련업체가 설립되는 등 공급구조의 변화가 있었다.

 시장이 성숙단계에 올라선 잉크젯프린터 분야에서는 한국HP와 삼성전자가 올 한해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벌여왔다. 아울러 서멀잉크젯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HP와 마이크로피에조 방식의 한국엡손이 인쇄방식에 따른 성능공방전을 벌이는 등 그 어느 해보다도 공급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당초 올해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포토기술에 기반한 고급형 잉크젯프린터가 개인과 소호(SOHO) 시장을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가격 위주로 제품선호도가 변화되는 추세를 맞아 20만원대 초반의 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끄는 상황으로 시장이 전개됐다.

 한국HP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변화하는 추세를 맞아 가격과 성능을 조정한 신제품군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고성능·고가격 위주의 제품전략에서 한 걸음 물러나 가격의 이점을 제공하는 제품 위주의 영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스티커사진 출력기능이 큰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프린터를 연계한 「홈포토시스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저가형 1팬 제품의 인기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으나 내년부터 2팬 중·고급형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중·고가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프린터가 디지털카메라·팩스·복사기 등과 큰 연계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 복합기 개발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컴퓨터를 거치지 않고 프린터만으로 출력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적극 추진하는 등 프린터 사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출범한 한국엡손도 4개월간에 걸친 영업·마케팅활동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 경기침체국면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소비자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캐논도 잉크카트리지 1개로 3천장의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자사 제품의 경제성을 적극 부각시키며 프린터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이에 따라 내년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이들 선발 4사간의 선점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조짐이다

 레이저프린터 시장은 고성능 및 컬러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크게 위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30만대 규모였던 지난 97년에 비해 올해 레이저프린터 시장은 10만대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금액면에서 볼 때는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레이저프린터 시장 역시 LG전자의 사업포기로 A4레이저 행망용 시장을 독식한 삼성전자와 한국HP의 2강체제가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당초 한국HP와 한국텍트로닉스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컬러레이저프린터 시장은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결과를 보이고 있다. 고급형 제품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레이저프린터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움직임은 유지보수비 절감에 대한 요구로 소비자들의 레이저프린터 구매패턴이 가격과 유지보수비용 위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프린터업체들은 제품선정과 AS체제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조정하는 등 시장과 제품에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경기침체로 운영경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하면서 도트매트릭스프린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올해 프리터 시장의 특징 중 하나. 현재 도트매트릭스프린터 전문업체인 한국엡손과 태흥물산 등은 기업용 고객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린터의 사용경비 측면이 부각되면서 소모품 공급업체들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잉크젯프린터의 리필잉크 제조업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소모품업체에서는 각 프린터 브랜드의 제품디자인과 상표·포장까지 동일하게 만들어 유통시키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격과 마진비중이 큰 레이저프린터의 재생카트리지 시장도 큰 폭으로 확대돼 독자개발한 토너카트리지나 재생카트리지를 생산하는 수백개의 업체가 현재 1천억∼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캐드 분야에서 일반 실사출력으로 주력시장이 바뀌고 있는 대형 컬러프린터 시장은 상반기 얼어붙은 경색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한국HP와 미국 노바젯 제품을 공급하는 태일시스템이 대대적인 무이자 할부판매와 보상판매제도까지 도입해 수요창출에 나섰다. 올 하반기부터는 한국코닥·한국엡손 등의 업체가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대형 잉크젯프린터 시장도 4, 5개 공급업체가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특히 한국코닥은 본사 차원에서 대형 컬러잉크젯프린터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국내 시장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고 A2크기 대형 잉크젯프린터를 내놓고 기업·광고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 회사는 외부광고나 영화간판·안내판·전시 분야에서 컬러 실사출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학교 등 신규 시장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