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전주범 사장이 지난 주말 전격 경질되면서 그동안 빅딜을 반대해온 대우전자 움직임에 또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전주범 사장의 경질은 일단 정부와 그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삼성자동차와의 빅딜에 반대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 7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 이후 빅딜이 기정사실이되면서 전주범 사장은 9일 사내통신망을 통해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전자가 삼성자동차와 맞교환 대상으로 거론된 데 대해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것과 함께 분노의 심정을 느낀다』며 『대우전자가 대우그룹의 일원이지만 지분이나 재무적인 면에서 가장 독립적으로 경영을 해온 만큼 임직원들이 따라 줄 경우 자체적으로 독립법인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우전자 최고경영자가 정부나 그룹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해 가겠다는 것으로 비치면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대우전자의 전 회장이었던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경질된 것을 감안하면 전 사장의 경질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전 사장의 경질 이유를 또 다른 데서도 찾고 있다.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빅딜반대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데다 해외사업장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됐지만 대표이사가 이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방조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전 사장은 빅딜발표 이후 대우전자 본사에 거의 출근을 하지 않았으며 대우전자의 모든 의사결정은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우전자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이뤄져 왔다. 또 그룹과 대우전자간 의사소통창구가 닫혀 있는 상황에서 서로간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대우전자측의 주장이다.
따라서 전 사장의 경질은 빅딜을 추진해야 하는 그룹 측에서나 이를 막아주기를 바랐던 대우전자 비상대책위원회에는 새로운 국면을 모색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우전자 비대위는 이같은 기대와는 상관없이 그룹이 빅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장을 경질한 것은 대우전자의 빅딜반대 주장과는 상관없이 빅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겠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 사장이 사용하지 못했던 경영권을 앞세워 조직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정부나 그룹의 의지대로 빅딜을 추진해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21일 사장경질에 따른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신임 사장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경우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임사장이 이번 빅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 일체의 지시나 사업장 방문 등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빅딜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그룹이나 신임사장 입장에서는 이같은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시키는가가 최대의 과제가 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빅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일단 이번 사장경질로 대화파트너 없이 자신들의 의사를 거리에 모여 알릴 수밖에 없었던 대우전자 비대위 입장에서도 새로운 대화파트너가 생겼다는 것은 빅딜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과정에서는 커다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은 신임사장과 대우전자 비대위간 협상을 통해 점차 윤곽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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