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국내에 골프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박세리는 LPGA 투어를 통해 약 87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21세 나이로 단숨에 세계적 스타가 된 박세리는 단연 청소년의 우상으로 떠올라 골프연습장마다 프로골퍼를 지향하는 학생들로 붐비게 했다.
야구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 일본에 진출한 선동열·이종범 등이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크게 활약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프로의 세계는 보는 즐거움을 안겨줌과 동시에 스타에게는 막대한 부와 영예를 안겨다준다.
바로 이러한 프로선수의 무대가 사이버세계에도 등장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청소년들을 사로잡았던 게임의 세계가 바로 그곳이다.
이전까지 게임은 혼자서 즐기는 오락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으로 머드게임을 포함해 롤플레잉게임(RPG) 등 PC용 게임을 네트워크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제품이 늘어나면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경쟁하는 네트워크게임이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올들어 미국에서는 게임 프로리그가 생겨났고, 국내에도 각종 대회가 열리는 등 프로게이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고 있다.
프로게임의 세계는 곧 출간될 「탐그루」(김상현 지음·명상출판사)라는 책에서 미래상을 잘 엿볼 수 있다. 현재 하이텔 창작연재(go serial)란에서 연재하고 있는 이 소설은 팬터지와 미래의 게이머 모습을 함께 그려내는 독특한 설정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이 바로 프로게이머다. 「스타 크래프트」를 연상시키는 미래의 온라인 전략게임인 「소드 앤 매직」이 주인공이 활약하는 무대다.
이 게임은 혼자서 즐기는 시나리오 모드와 온라인 모드로 설정돼 있다. 인터넷(소설 속에서는 어스넷)에서 이뤄지는 온라인게임은 다시 아마추어리그와 프로리그로 나뉘어 아마리그를 거친 뛰어난 게이머들이 프로리그에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프로리그의 운영은 스폰서와 방송중계에 의해 이뤄진다. 5∼6명을 한팀으로 프로팀이 운영되는데 게이머들은 스폰서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경기장에서 온라인에 접속해 경기에 임한다. 게임 내에서도 각 팀이 운영하는 국가의 주요 지역에 각 회사의 로고나 제품광고가 표시된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은 다른 프로리그와 마찬가지로 TV로 중계된다. 은퇴한 프로게이머인 해설가가 각 팀원의 게임 플레이를 그때그때 평가해주고, TV화면은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잡아 전세계로 생중계한다. 물론 게임의 진행상황도 함께 중계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는 프로게임 리그는 아직 초보적인 형태이지만 이 소설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거의 유사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의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처음 열린 본격적인 프로리그인 PGL(Professional Gamers′ League, http://www.pgl.com)이다. 올 한해 동안 무려 3백만달러(약 40억원) 상당의 상금이 걸린 게임리그를 개최했다.
물론 이들 대회는 AMD·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로지텍·엔비디어 등 게임에 관련된 업체들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리그는 1년에 두번의 시즌으로 나뉘어 개최된다. 한 시즌에 3∼4개월이 걸려 올해에는 「퀘이크 2」와 「스타 크래프트」를 중심으로 1대1 대결과 팀 플레이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리그결과 게임리그별로 8명의 최종 프로게이머를 탄생시켜 이들간에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을 펼쳐 순위별로 상금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게임은 「소드 앤 매직」처럼 웹캐스트에 의해 중계되기도 했다.
프로리그는 아니지만 「스타 크래프트」의 온라인 게임리그인 「배틀넷」(http://www.bat
tle.net)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 곳에서의 게임이 일반게임과 상위 게이머들의 게임인 「래더게임」으로 나누기 때문이다. 일반게임에서 10회 이상 승리한 플레이어에 한해 래더게임에 들어갈 수 있다. 상금만 주지 않을 뿐 실제로 전세계적인 리그가 구성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리그나 프로게이머들은 아직까지 「소드 앤 매직」처럼 프로리그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은 고정된 게임이 없다는 것. 「퀘이크 2」나 「스타 크래프트」의 경우도 몇개월이 지나면 새로 출시되는 게임 때문에 게이머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한가지만을 갖고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따라서 한 게임을 마스터한 프로게이머라고 해도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일반 게이머와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에 새로운 프로게이머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아직까지 이같은 프로게이머나 프로리그에 참여하는 게이머들은 대개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결국 직업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취미를 살려 「즐기면서 돈도 버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게임리그가 직업적인 게이머의 양성과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청소년층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이달중 「스타 크래프트」의 후속 버전인 「브루드 워」가 공개됨으로써 「스타 크래프트」의 열기가 식기 전에 새로운 버전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프로리그의 형성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KPGL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비롯해 수십종의 게임대회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어 아직까지 프로게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들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방은 인터넷을 통한 게임플레이 환경이 미비한 국내환경에서 온라인게임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방을 통해 성장한 국내 게이머들이 최근 「배틀넷」의 래더리그에서 상위 10위권에 6명 올라간 것은 국내 게이머들을 위한 기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을 볼 때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탐그루」에서 서술한 프로게임리그가 거의 그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처럼 온국민이 열광하고 새로운 스타가 속속 탄생하는 프로게임의 시대가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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