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M80」의 핵심 명령어는 editor, assembler, assign, basic, pip, ddt, list, sysgen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베이식은 지난 날의 주력 프로그램언어였던 포트란이나 코볼을 능가하는 고급 언어지요.』
『그것으로 뭘 하나요?』
이제 그녀는 바보 같은 질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바보 같은 질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컴퓨터 기능에 대해서 묻는 것으로 알고 나름대로 말했다.
『베이식 언어를 활용하면 과학기술 계산을 광범위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지요. 거기다 모뎀을 내장한 스탠드얼론의 기능을 가지면서 중대형컴퓨터에 접속하면 배치 터미널로도 사용되는데, 계측제어용 인터페이스 장치를 부착해서 공작기계·전자통신·은행전산망·천문·의료기기 통제 등의 측정기 컨트롤러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로봇 같은 것?』
『그렇지요.』
공장자동화를 비롯한 통신제어장치에 대한 감각은 이때부터 나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좀더 과학적이고 진보된 베이식 언어로 그 통제기능이 활성화한다면 우리 생활은 풍성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 바로 그것은 인간의 계산을 앞질러 계산하고 통제하는 제어장치의 발달일 것이다. 여자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요? 내 말이 재미없지요?』
나는 컴퓨터에 대해서 생각하면 재미있었다. 밤을 새워 컴퓨터를 연구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루해하였다. 여자가 결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준씨는 데이트도 안해 봤나봐.』
『미안해요. 데이트도 안해 봐서.』
어리석은 말이었지만, 그녀의 다음 말이 나를 긴장시켰다.
『나 좀 안아줘요.』
『아, 예.』
나는 그때 여자를 안아줘야지 지루해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고,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나는 그녀를 포옹했다. 그것도 참으로 어색한 포즈로 안았다. 그냥 그렇게 안고 있으니까 그녀가 말했다.
『다리도 만져줘요. 정말 여자하고 데이트가 처음인가봐.』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콘텐츠칼럼]게임 생태계의 겨우살이
-
2
[ESG칼럼] ESG경영, 변화를 멈출 수 없는 이유
-
3
[ET톡]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희망고문
-
4
[ET단상] 자동차산업의 SDV 전환과 경쟁력을 위한 지향점
-
5
[ET시론]정보화 우량 국가가 디지털 지체 국가, AI 장애 국가가 되고 있다
-
6
[人사이트]박세훈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장 “국산 고성능 의족, 국내외 보급 확대”
-
7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AX의 시대와 새로운 디지털문서&플랫폼 시대의 융합
-
8
[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1〉혁신의 기술 시대를 여는 서막(상)
-
9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33〉 [AC협회장 주간록43] 2025년 벤처 투자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 전망
-
10
[기고] '티핑포인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