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분배망 균형 깨진다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의 프로그램을 종합유선방송국(SO)들에 전송하는 케이블TV 분배망 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케이블 전송망사업자(NO)들의 전송망 설치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일부 PP들이 광케이블로 프로그램을 분배하고 있는 한국전력망 대신 무궁화위성을 이용하는 한국통신망을 이용하는 것이 득이 많다고 판단, "말 바꿔타기"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9개 PP 가운데 한전과 분배망 계약을 맺고 있는 PP는 YTN을 비롯해 캐치원·DCN·스포츠TV·CTN·HBS·동아TV·GTV·드라마넷·39쇼핑·투니버스 등 총 11개사로, 이 가운데 경영난으로 10월 31일 정규방송을 중단한 동아TV를 제외한 10개 PP프로그램이 한전망을 통해 SO들에 송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NO인 한전의 전송망 설치 중단으로 개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4개 2차 SO 가운데 상당수가 조기개국을 위해 위성을 이용한 PP프로그램 송출을 적극 추진하자 한전분배망 이용 PP들이 이에 대응해 한통분매망으로의 망 변경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분배망 변경을 처음으로 시도한 PP는 YTN이다. 한전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YTN는 작년 1월말 산간도서벽지지구 및 특수 군부대 등에 대한 시청권 확대를 목적으로 한통과도 계약을 맺고 한동안 한전·한통의 분배망을 동시에 사용했었다.

 하지만 일부 중계유선이 이를 악용, 불법으로 YTN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SO들이 「가입자 유치곤란」을 이유로 강력 반대하는 등 난관에 부닥쳐 같은 해 3월 한통과의 계약을 해지, 불발로 끝나 버렸다.

 이어 두번째로 나선 것이 바로 39쇼핑이다. 39쇼핑은 2차 SO지역에서 경쟁매체인 LG홈쇼핑(한통분배망)의 프로그램이 먼저 송출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자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지난 10월 1일 한통과 분배망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특히 39쇼핑은 같이 운영하는 드라마넷의 분배망 변경도 동시에 추진했으나 한전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 제외시켰다는 후문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현재 39쇼핑과 정식으로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며 『내년 2월초 시설 설치공사가 끝나면 곧바로 시험방송에 들어가 늦어도 내년 6월이면 프로그램을 공식 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화 전문채널인 투니버스 역시 한통으로 분배망을 변경키로 하고 현재 한통과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전문채널인 CTN 등 한전분배망을 이용 중인 다른 PP들도 분배망 변경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나 경영난으로 월 4천5백만원에 이르는 망사용료를 장기체납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선뜻 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한전분매망 이용 PP들이 망 변경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전의 전송망 설치 지연으로 개국에 난항을 겪고 있는 24개 2차 SO들이 임시방편으로 한통분배망을 이용하고 있는 PP프로그램부터 먼저 송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어, 자칫 자신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차 SO지역에서 경쟁 PP의 프로그램이 먼저 송출되면 「수신료 분배」 「채널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위상약화가 불보듯 훤하다는 얘기다.

 또한 한통분배망을 사용할 경우 단기간에 도서지역 등 「취약지구」에서의 프로그램 수신이 가능해짐은 물론 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일본·중국 등 해외지역을 가시청권으로 확대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점이 많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앞으로 새 방송법이 제정, 시행돼 중계유선사업자들이 PP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PP들의 최대 고객이 될 이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위성을 이용한 분배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품질 면에서는 광케이블로 망을 구축한 한전분배망을 사용하는 것이 일견 유리한 면도 적지 않으나 NO의 전송망 투자가 중단된 가운데 앞으로의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통분배망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혀 한통·한전 등 양자구도로 돼 있는 PP 분배망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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