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의 하찮은 바위들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성장하면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바뀐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연구하다보면 이 「성장과정」을 빠르게 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을 연구한 것이 바로 연금술이다.
대부분의 연금술사들이 생각한 것은 일종의 첨가제였다. 납이나 수은에 이 첨가제를 섞으면 금이나 은으로 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이 첨가제를 「현자의 돌」, 또는 「철학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이라고 부르며 열심히 찾아다녔다.
중세 유럽에서 성행한 연금술은 숱한 시행착오와 사기꾼들을 양산했지만 결국 누구도 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현자의 돌도 끝까지 전설 속에만 묻혀있을 뿐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학물질들, 또 새롭게 개발된 숱한 처리방법이 근대 화학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연금술은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에도 있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도교적인 신선사상과 결합되어 신비스런 「단약」이 등장했다. 이 「단약」을 복용하면 체질개선이 이루어져 수명이 늘어나고 마침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불로장생하는 약의 추구로 이어진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많은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하는 약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런가 하면 귀금속을 만들어내는 실용적 연금술보다는 인간의 죄를 씻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신앙적, 주술적 연금술도 커다란 한 줄기를 이루었다.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겠지만 연금술은 사기를 치기에도 아주 적당한 분야였다. 중세의 부유한 귀족이나 왕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연금술사의 방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연금술을 직접 시행해보였고, 복잡한 처리 과정을 끝내면 마침내 조그마한 금 조각이 생겨났다. 그들 가운데는 자신만의 비법이라며 마지막 처리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좋은 대접을 받으며 호의호식하다가 사라져버리곤 했지만 대개는 자신만의 「현자의 돌」을 지니고 다니며 공개를 꺼렸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전설적인 존재로 기억되었다. 17세기에는 엘리아스라는 화가가 이 현자의 돌을 약간 남기고 사라졌는데, 남은 사람들이 그 돌을 사용해서 실제로 납을 금으로 변화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근대 물리학의 기틀을 다진 위대한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도 한때 연금술 연구에 적잖은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아무튼 19세기로 접어들면서 물리학과 화학이 발달하자 차츰 연금술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자연계의 고유 원소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 방사능 붕괴나 핵분열 등으로 원소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다시 밝혀졌다.
믿거나말거나 연금술사의 사기극은 20세기까지도 이어졌다. 1925년 독일에서는 프란츠 타우젠트라는 사람이 실험도중 우연히 일어난 폭발사고로 금을 만드는 비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당시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했던 루텐도르프 장군이 큰 관심을 보여서 아들로 하여금 타우젠트의 주장을 면밀히 조사하게 했다.
기록에 따르면 타우젠트는 50여회나 거듭된 실험에서 매번 약간의 금 조각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마침내 그는 남작 칭호를 얻고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당시 위태로운 지경이었던 독일 국가 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운명은 1929년 사기죄로 체포되는 것으로 끝났다.
<박상준·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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