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컴팩컴퓨터가 한국디지탈을 합병해 한국IBM, 한국HP에 이어 국내 3위의 중대형 컴퓨터 업체로 출범한 지 1백20여일이 지났다. 새 회사는 출범 초기부터 초대형 컴퓨터업체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국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앞으로 통합 한국컴팩컴퓨터는 국내 제3위 중대형컴퓨터 업체의 위상에 걸맞은 면모를 과시할 것인가. 한국컴팩의 행로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측면이 다소 우세하다. 아직까지 새 회사는 출범 초기이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컴팩은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통합 사장을 곧바로 선임하고 조직 개편작업과 함께 한국컴팩과 한국디지탈 출신 임원진을 분산 배치하면서 통합된 조직구성에 대한 잡음을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한국컴팩은 서로 다른 영업문화를 지닌 두 회사 통합에 따른 업무공백을 줄이기 위해 판매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영업활동을 전개해왔다.
우선 한국컴팩은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삼일회계법인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의 구축을 통해 하반기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하반기에만 30억원 정도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 어려운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각종 세미나와 판촉행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또 한국디지탈의 주력 유닉스서버인 「알파서버」를 내세워 중대형컴퓨터 업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작업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컴팩이 이처럼 외형적으로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영업효과는 예상 외로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한국컴팩과의 통합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요처들이 그동안 한국디지탈의 매출을 주도해온 「알파서버」기종 도입을 꺼려하는 등 공급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은 한국컴팩과 통합에 따른 영업공백과 서비스 부재를 우려한 고객들의 불신이 고조된 게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컴팩은 「알파서버」에 대한 고객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알파서버」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계획을 알리고 있으나 고객들을 설득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본사가 PC와 PC서버 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직판 프로그램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한국컴팩의 일부 대리점이 벌써부터 동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공급확대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지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자유분방한 성향의 한국컴팩컴퓨터와 보수성이 강한 한국디지탈의 이질적인 영업문화와 혼재된 조직의 인력구성으로 인한 역효과를 우려해왔다.
즉 통합 한국컴팩의 영업방식은 기존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와 한국디지탈의 직판방식이 혼재된 상태인데다 보수성이 강한 일부 임원진들이 매출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한국컴팩의 영업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두 회사의 통합에 따른 영업·조직에 대한 시너지효과는 크게 퇴색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컴팩은 전반적인 상황이 이처럼 어렵게 진행되자 올해 매출실적이 본사에서 요구하는 2억달러(약 2천6백억원)에서 크게 후퇴한 70%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통합된 한국컴팩의 올해 영업실적이 본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통합 이후 곧바로 실시한 퇴직프로그램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앞으로 한국컴팩의 성패는 국내경기 회복에 달려 있겠지만 그보다도 이질적인 두 회사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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