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측분야의 21세기형 미래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5월 1일 1억6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벤처기업인 테크밸리 김성헌 사장(32)의 창업 동기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는 이 분야 기술축적에 주력,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전문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신생기업 치고는 꽤 화려한 포부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나온 과정과 김 사장의 개인 이력을 보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회사 설립에 앞서 94년부터 97년까지 「승원과학」이라는 개인연구소를 설립, 오래전부터 관심있었던 이화학용 측정분석장비의 상품화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에 앞서 금오공고에서 전자를 전공한 김 사장은 86년부터 91년까지 해군 율곡사업단의 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전자제어기기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약 1년간 의료용 분석기기 전문업체로 유명한 비전과학에서 고졸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그는 전국 컴퓨터 프로그램 응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군 재직시절 다목적 커피 제조기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한 언더그라운드 수재였던 것이다.
테크밸리가 설립초기에 분광광도계(Spectro Photometer) ·비디오 마이크로스코프·순수 및 극초순수 제조장치·X레이 투시장치 등 고가의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과정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특히 휴대형 X선 투시장치(모델명 X-Scope)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지난달 개최된 LA 발명전시회에서 전자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장비는 초집적화·초소형화 추세를 보이는 각종 전자부품 및 기기들을 X레이를 이용한 비파괴방식으로 단층 촬영해 육안으로 이뤄지던 측정대상 부품의 접착 이상유무, 표면상태 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개발에는 항상 자신있지만 시장을 예측하기에는 경륜이 짧았다.
휴대형 X선 투시장치도 처음에는 산업용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산업체보다 의료기관이었다. 특히 한방 의료기관이 더욱 관심을 보였다. 시장 예측은 서툴렀지만 시장 전망은 더욱 밝아진 것이다.
이 회사의 제품은 모두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이 떨어져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외산을 대체하는 것들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광도계, 순수 및 극초순수 제조장치, 비디오 줌 현미경, 반도체 생산용 고압 수은램프 등이 모두 그렇다.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광도계는 자외선 및 가시광선 스펙트럼 분광파장의 흡광량을 이용해 분자화학종의 정량 및 정성분석을 가능케 하는 첨단기기로 의료용 혈액검사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격은 수입품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대등한 것이 특징이다.
김 사장은 『3년 후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 생산보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R&D 전문회사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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