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투명성 확보 급하다

 최근 미국에선 한 식료품상점이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공급업체를 상대로 컴퓨터 2000년(Y2k)문제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상점측은 소장에서 지난 95년 구매, 사용하고 있는 POS가 Y2k문제에 노출된 것이어서 상점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급업체에 피해배상을 요구했다.

 이 사건이 관심을 끄는 것은 오는 2000년이 되면 Y2k 소송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가 향후 잇따를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컴퓨터가 오는 2000년을 1900년으로 잘못 인식하는 Y2k문제로 시스템다운이나 잘못된 정보의 전달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해 앞으로 피해배상을 둘러싸고 소송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업들은 제조물책임법(PL)이나 품질보증 계약위반 등으로 제소당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층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피소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Y2k 소송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게 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인 민관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관련정보를 공개하거나 공유하는 노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섣불리 정보를 공개했다가 예상치 못한 소송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에선 Y2k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마련됐다. 「2000년 정보 및 준비 공개법」으로 명명된 이 법의 주요내용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기업체와 정부기관·연구기관 등 각종 기구들이 Y2k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과 교류를 촉진할 수 있도록 배상책임을 완화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Y2k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관련한 정보공유에 대해선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면제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또 Y2k문제와 관련된 전용 인터넷사이트를 설치, 일반소비자와 중소기업·지방정부들을 위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은 첫번째 내용으로, 한마디로 Y2k 해결기술과 준비정도에 대해 기업이나 기관이 선의로 제공한 정보에 기반한 소송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은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만든 것이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일부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산업계 등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의회 관계자들은 이 법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소비자들에게 Y2k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토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올바른 상품 및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기업 등의 소송 피해의식을 줄여줌으로써 Y2k 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유도,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문제의 해결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 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Y2k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의무까지 면제받도록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들은 밝혔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기업들이 분기별 영업실적을 공개할 때 Y2k 정보까지 공개토록 한 것도 투자가 보호를 위한 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분석된다.

 SEC는 최근 상장기업들의 Y2k문제 해결일정·비용·진척상황 등 관련정보를 투자가들에 공개토록 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할 경우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투자가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주식투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에서의 움직임에 대해 Y2k문제의 폭발력을 감안할 때 이와 관련된 정보를 감추지 말고 공개적으로 드러내 문제를 공동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런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기업이나 각종 기관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보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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