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디지털시대 경영전략

 세계는 지금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신상품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비즈니스의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산업사회를 지탱해온 경영방정식은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21세기 디지털시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영전략이 성공을 가져다줄 것인가. 일본 기업인 소니의 성공사례는 이런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 3조7천억엔 매출과 1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업체.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6조7천억엔의 매출과 5천2백억엔의 이익을 내는 업체로 변신했다. 9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의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 여건에 비추어볼 때 믿기 힘든 일이다.

 알고 보면 이같은 소니의 성공 뒤에는 세 가지 혁신적인 경영기법이 숨어 있다. 첫째, 글로벌 경영전략을 통한 글로벌 스탠더드 전략이다. 현재 소니는 전체 종업원 16만명 가운데 63%가 외국인이다. 총 매출 5백11억달러에서 해외매출 비중은 73%나 되고 주식의 45%를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 종업원 구성, 활동 시장, 회사 지분 소유면에서 명실공히 세계화를 달성한 것. 소니의 이데이 사장은 특히 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지난 3년 동안 경영 투명성을 서양의 일류기업 수준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신 비즈니스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장창출 전략도 성공의 비결. 94년만 해도 총 매출의 75%를 차지했던 주력사업인 전자제품 비중을 올해 65%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게임(10%), 영화(9.5%)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진출, 성장시장을 선점함으로써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 한편 시장의 포트폴리오 구성 또한 일본(28%), 미국(31%), 유럽(23%), 아시아와 기타(18%)로 다핵화해 일본 경제가 침체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럽과 미국의 경기호황에 편승,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최고경영자의 탁월한 리더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61)은 3년 전 13명의 입사 선배를 제치고 사장에 발탁된 인물. 그를 임명한 것이 오가 노리오 소니 회장의 최대 업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데이 사장의 경영수완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술중시의 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는 흔히 「경제적 합리성」과 일정기간 이상 해외근무 경험으로 익히는 「국제감각」 그리고 미래의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손꼽힌다. 이데이 사장은 이 3박자를 모두 갖춘 경영자로 소니의 수준을 초일류기업으로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그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개방된 자세를 취해 「서양에서도 통하는 아시아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백명이 넘는 사원들에게 자신보다 많은 연봉을 주고 『전임 일본인 사장 선배들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참고하지는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는 그야말로 초일본적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다.

 정보시대 패러다임을 잘 읽는다면 거기에 성공적인 경영전략이 숨어 있다. 그런 점에서 소니는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해볼 만한 회사다.

<서용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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