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3> 일선학교 실태

 지난 2월 이화여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얼마전 서울 K초등학교 컴퓨터 보조교원으로 임시 취직한 서모씨(여·24)는 출근 첫날, 어마어마한 첨단교육장비를 보고 기가 질렸다. 40대의 펜티엄급 PC와 42인치 대형 화면영상확대장치, 스캐너, 실물영상기, VCR 등이 빼곡이 갖춰져 있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번도 다뤄보지 못한 장비라서 은근히 겁이 난 것이다.

 그러나 서씨는 며칠이 지난 후 이같은 우려를 말끔이 씻을 수 있었다. 4학년 이상의 고학년 실과수업 때 PC를 활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장비를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학교측에서도 장비활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비애감까지 들더군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들여온 첨단장비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교육정보화 수준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씨는 『요즘에는 컴퓨터를 활용해 각종 표지판을 만들거나 다른 교사들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일까지 하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같은 사례는 K초등학교에 국한된 문제가 결코 아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컴퓨터 활용실태 조사결과 「컴퓨터가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우고 싶다」(90% 이상)고 생각하면서도 절반 이상이 「학교 컴퓨터를 이용하기가 어렵다」(52%)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상당수 학생들이 「학교에서 컴퓨터 이용을 권장받은 적이 없다」(51%)고 응답, 컴퓨터 교육에 대한 일선 학교의 의지가 얼마나 희박한가를 보여줬다.

 컴퓨터 이용시간은 응답학생(7백20명)의 48%가 1주일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교사(4백80명)의 86%가 1주일에 4시간 미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운 교사는 1%, 학생은 14%에 불과했다.

 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터가 실업계 고교 회계·부기 담당교사(6백44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컴퓨터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다뤄본 경험을 갖고 있는 교사가 18%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보화교육 수준이 대학은 물론 기업체 수준에 육박할 만큼 앞서가는 곳도 있다.

 『지난 96년부터 학교정보화에 적극 나서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한 영상통신 교류로 교육의 폭과 질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전국 11개교를 연결한 「사이버 스쿨넷」을 통해 지역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나고야에 있는 세이료상고와는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가상무역 시뮬레이션을 무역실습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간 영상통신을 통해 전통인형을 일본에 수출하고 일본의 기모노를 수입하는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하는 무역활동을 가상적으로 실습함으로써 그 어떤 수업보다도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서울여상 안상남 교사는 학교측의 적극적인 협조와 꾸준한 자료수집으로 성공적인 정보화수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정보화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교장과 정보화 소양을 갖춘 실업계 고교에 주로 나타난다. 정보화 소양을 갖춘 교원이 확보된 학교에서는 오히려 더 새롭고 발전된 장비가 필요하고 이같은 학교의 수업은 학생들의 열띤 참여로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수업유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교사는 주로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전공하거나 이수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능력을 수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정보화의 핵심은 교원의 정보화 수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사의 정보화 수준의 격차는 바로 학교의 정보화 수준과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교원의 정보화교육은 천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에는 컴퓨터 과목 이수학점이 지난해까지 2학점으로 돼 있다가 올초 4학점으로 늘어나는 수준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일부 초등학교 교원의 정보화는 학생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보화교육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학교정보화를 위해 보급한 장비는 낮잠만 자고 우리나라의 정보화수준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정보화 소양 고양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앞서가는 정보화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제 도입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정보화 관련 전문 민간위탁교육기관을 선정해 교육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교육정보화 특별취재팀=이윤재 차장(팀장), 이경우·신영복·김상범·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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