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2)

 『강순익입니다.』

 세번째 남자가 악수를 청했다. 일어날 때 보니 키가 컸는데 거의 일 미터 구십 센티미터 가까이 되어 보였다. 나의 키도 상당히 큰 편이었는데, 그는 나보다 더 커 보였다. 그는 스물네살의 젊은이였지만 눈에 이상이 있어 돋보기를 쓰고 있었다. 그 눈 때문에 군대조차 면제받게 되었다. 끝으로 양창성이라고 하는 배용정의 전문대학 선배와 인사를 했다. 그는 바로 군에서 제대한 후 며칠 전에 입사를 했다고 하였다.

 어차피 기술실이 생긴 지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입사한 경력이 오래된 사람은 없었다. 허성규 실장은 과학단지 연구실에 있는 것을 스카우트했고, 이길주 차장은 다른 전자회사의 과장으로 있는 것을 스카우트해서 직책을 올려주었던 것이다.

 나는 컴퓨터 관련 경험도 없고, 아무런 기술도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실에 들어온 것이다. 배용정이 어떻게 말했기에 내가 그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선배의 안내를 받아 옆방으로 가서 허성규 실장을 만났을 때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실장은 몸이 작고 얼굴이 원숭이처럼 생겨서 언뜻 보아 일본인 같은 인상을 풍겼다. 더구나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면서 몸을 웅크리는 것이 더욱 그런 분위기를 풍겼다. 내가 그의 앞으로 가서 인사를 하자 그는 옆에 있는 의자를 밀면서 앉으라고 말했다.

 『그냥 서 있어도 좋습니다.』

 『앉으라니까.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이 싫어서 그래.』

 그에게는 키작은 콤플렉스가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 배용정은 나를 소개하고 문 밖으로 나가서 기다렸다.

 『자네가 컴퓨터 천재라고 했나?』

 『아닙니다. 저는 컴퓨터에 대해 모릅니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네 선배가 천재라고 하던데?』

 나는 그제야 선배가 나를 과장해서 선전한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그 말만을 믿고 나를 채용하였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내 방에 와 있는 기술자들이 돌대가리들이란 말이야. 자네 선배를 위시해서.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전해도 좋아. 하긴, 내가 실 직원들에게 자주 쓰는 말이라서 충격도 안 받을 위인들이야. 사람은 자극적인 말을 하면 충격을 받고 분발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도 그냥 그대로야. 그건 그런데, 자네는 기술자도 아니니까 현재로선 사환에 불과해. 심부름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해. 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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