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전자의 부도사태는 국내 멀티미디어 주변기기산업을 대표하던 벤처기업의 좌초라는 점에서 관련업계에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가산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본금 92억원에 매출 3백80억원, 회사내 가용 운용자금이 8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했으며 기술력의 척도로 활용되는 국내외 기술인증도 10여건을 확보하고 있는 우량 중소기업으로 꼽혔다.
특히 가산전자는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VGA카드 전품목에 대해 윈도95 인증을 받는 등 성공한 컴퓨터분야의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던 터라 관련업계에서는 지난달 29일 부도난 두인전자의 경우보다도 더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산전자가 이처럼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요인은 재즈멀티미디어 인수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리나라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서 찾을 수 있다.
가산전자는 지난해 3월 내수시장 수성전략만으로는 앞으로의 변화추세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미국 실리콘밸리의 「재즈멀티미디어」사를 전격 인수했다. 미주지역에서는 브랜드가 잘 알려진 재즈멀티미디어사를 미국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및 중남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당시 달러당 8백원대 환율을 감안할 때 1백억원 정도의 투자로 미국시장 진출에 보다 힘을 실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설득력을 가졌다. 재즈멀티미디어의 인수 당시 가산전자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운용자금은 2백80억원에 달해 결코 무리한 투자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가산전자의 장미빛 계획은 IMF라는 돌발변수 앞에서 무력하게 깨져버렸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모든 외환거래가 일시에 중단됐고 재즈멀티미디어사에 지원하던 자금을 두배로 결제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돼 가산전자의 자금압박은 갈수록 심각하게 됐다.
게다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자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즈멀티미디어사로 선적키로 한 제품공급이 늦어져 회사신용도가 크게 악화됐고 설상가상으로 한국IPC·큐닉스컴퓨터·뉴텍컴퓨터 등 국내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적잖은 부실채권을 떠안는 삼중고에 시달림으로써 가산전자의 재무구조는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가산전자는 재즈멀티미디어 인수가 자금운용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두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IMF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최종 부도처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가산전자가 최종 부도처리됐지만 이 회사가 8년여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지명도와 기술력, 국내 컴퓨터 멀티미디어산업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컸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업계에서는 대부분의 PC주변기기가 대만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국내 멀티미디어 주변기기분야의 명맥을 지켜가던 가산전자의 부도사태가 자칫 국내 멀티미디어산업 기반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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