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 시장 "지각변동"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구도가 지난달 30일 두인전자의 부도로 크게 변할 전망이다. 그동안 가산전자와 두인전자 쌍두마차가 주축이 돼온 그래픽카드 시장은 이번 두인전자의 부도로 인해 앞으로 중소 카드업체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두인전자 부도 직전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은 각기 3백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던 두인전자와 가산전자의 대대적인 인력·조직 구조조정 여파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공백상태가 발생해 이 시장을 노린 업체들이 시장선점을 위한 물밑작업을 활발히 전개해왔다.

 따라서 두인전자의 부도를 계기로 두 회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창립된 신규 업체들과 기존 그래픽카드 업체의 그래픽카드·통합카드 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가산전자의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시그마컴」과 역시 가산전자의 개발인력을 영입해 소매시장 진출을 노리는 「제이스텍」. 지난달 29일 영업에 들어간 시그마컴은 가산전자와 두인전자가 구조 조정기를 거치면서 제품출하를 미루고 있는 점을 감안해 통합카드 시장을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제이스텍은 그동안 대기업 PC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해왔으나 지난해 소매시장용 사운드카드인 「소리마당」으로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그래픽카드와 통합카드로 소매시장 진출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두인전자와 더불어 통합카드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가산전자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가산전자는 쌍두마차 체제에서와 같은 출혈, 자존심 경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단기적인 전략보다는 중장기 전략을 통해 신용과 자금을 확보한다는 유통시장 수성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산전자는 특히 자사에 없던 분야인 PAL방식 TV통합카드 같은 분야의 기술을 적극 수용,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낙관하고 있으며 최근 수출이 늘고 있는 DVD카드나 통합카드 분야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외산 그래픽카드업체들의 공세도 거세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에 의한 완제품 PC의 대량 공급과 소매시장에서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상당부분을 차지해왔기 때문에 특정영역을 제외하고는 외산 제품이 발붙일 토양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고가형인 미국 엔비디아사의 「리바 TNT」 칩세트 기반 수입제품들이 이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다 중소 수입업체들이 대만산 저가 제품 수입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국산과 외산 제품간의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한편 두인전자 부도 이후 동종업계에 부담을 주던 덤핑물건 대량 유통사태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극히 적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두인전자가 그동안 심각한 자금경색으로 제품출시를 미뤄왔으며 재고물량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번 두인전자 부도사태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대만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로 승부할 수 있는 통합카드나 소프트모뎀, DVD 등의 분야를 특화해 품질로 경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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