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썬 김원국사장 전격 퇴진 배경

 최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김원국 사장이 전격 퇴진하면서 앞으로 이 회사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원국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고속성장을 주도해온 주인공. 그는 지난 92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뛰어난 마케팅과 영업전략으로 매출확대를 꾀해 이 회사를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로 자리매김시켰다.

 특히 김 사장은 한국IBM에서 25년 동안 영업인으로 근무한 경험을 최대한 살려 강력한 업무 추진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연평균 50% 이상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이 회사를 일약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계의 선두자리로 끌어올렸다.

 실제 지난 97 회계연도(96년 7월∼97년 6월말) 현재 한국썬의 매출액은 1천2백26억4천3백만원을 기록해 96년의 7백58억8천5백만원에 비해 62%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96년의 경우 7백58억8천5백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95년 매출액(1백28억1천만원)에 비해 무려 4백92%의 수직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이같은 고속성장을 거두면서 김 사장은 본사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업계의 지사장으로는 보기 드물게 6년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장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말 IMF 사태 이후 한국썬의 분위기는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환율상승과 극심한 경기침체로 대리점들이 환차손과 판매부진에 시달리면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매출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이같은 환차손과 판매난을 견디지 못해 이 회사의 유닉스서버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에 따라 지난해 50여개에 이르던 한국썬의 대리점은 올들어 40% 이상 감소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한국썬의 주매출원인 대리점 체계가 서서히 무너지면서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오던 이 회사의 매출이 설립 이래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번 김원국 사장의 퇴임과 관련해서 몇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김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왕성하게 영업활동을 펼쳐온 김 사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갑자기 퇴임을 결정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그보다는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매출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했다.

 실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한 판매난을 겪자 본사에서 지난주 감사팀을 파견,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김 사장이 본사의 영업 지침(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그를 전격 경질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컴퓨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진출한 외국계 컴퓨터업체의 경우 본사에서 제시하는 업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즉각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며 『김원국 사장의 경질이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썬 관계자는 김원국 사장이 그동안 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온 점을 감안해 매출부진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에 대한 본사의 신임이 두터워 이같은 경질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여하튼 김원국 사장이 퇴진함에 따라 한국썬은 후임자가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N사의 K 사장, S사의 L 사장을 비롯해 국내 진출한 주요 중대형컴퓨터 업계의 임원진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국썬은 후임자가 선정될 때까지 보브 맥리치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이 당분간 사장 업무를 대행하기로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후임자에 누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 회사의 앞으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이 회사의 차기 지사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