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들이 해태전자의 정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니·데논·켄우드·마란츠·야마하 등 세계 굴지의 일본 오디오 업체들은 사장단이 직접 해태전자를 방문, 해태전자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OEM방식의 거래를 확대해 나갈 뜻을 밝히고 있다.
소니는 팩스공문을 통해 『부도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상반기 적극적인 대응으로 납기를 맞춰준 것에 대해 고맙다』며 『해태전자의 OEM제품이 하반기에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문량을 늘리고 신제품을 제때 공급받아야 할 긴박한 상황』이라며 해태전자의 조기 정상화를 기원했다.
마란츠도 『현재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이 한창인 일본경제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비록 해태전자가 부도상태이지만 여전히 가장 믿을 수 있는 OEM거래처』라며 하반기에도 해태전자의 금융정상화 여부에 따라 디지털 시어터 시스템(DTS)과 AC3방식의 AV리시버앰프 신제품에 대한 주문량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켄우드도 『해태전자는 OEM거래처 중 품질체계 및 납기실적이 가장 뛰어난 회사』라며 앞으로도 AV리시버앰프와 하이파이 컴포넌트 등에서 전문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해태전자의 제품을 계속 공급받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한때 거래처를 바꿀 계획까지 세웠던 데논의 경우 사장단이 최근 해태전자를 직접 방문해 허진호 사장으로부터 회사상황을 전해듣고 하반기에만 6백만달러 이상의 OEM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데논측은 금융정상화만 이뤄지면 추가로 구매량을 늘리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 바이어들이 부도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한 해태전자와 거래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저가제품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있지만 DTS 및 AC3방식의 리시버앰프나 하이파이 컴포넌트 등 고급기종은 해태전자가 아니면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태전자만큼 기술력은 물론 품질·납품·가격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OEM시스템을 갖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일본 바이어들이 해태전자의 조기 정상화를 바라는 이유 중 하나다.
해태전자는 현재 국내 다른 업체들이 OEM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해 라인을 멈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원자재를 구입할 자금이 부족해 밀려오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 바이어들은 제때 제품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영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영업담당자를 상대로 제품을 우선 공급받기 위해 물밑에서 활발한 로비경쟁을 벌일 정도라는 게 해태전자측의 설명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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