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가 급속하게 정보사회로 바뀌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 말이 디지털 혁명이다. 디지털 혁명의 양상은 아주 다양해서 정부의 역할과 기능, 상거래 등의 경제활동, 사회와 개인의 문화생활, 기업의 조직 및 경영활동, 교육, 근로 등 다방면에 걸쳐 독특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21세기를 불과 1, 2년 앞두고 있는 지금 디지털 혁명은 전세계 곳곳에서, 사회 곳곳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속성, 즉 디지털 혁명의 원동력은 정보기술(IT)의 발전이다. 정보기술은 아라비아숫자로서 단지 0과 1을 나타내고 있을 뿐인 비트를 조합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0과 1이 조합해서 이뤄낼 수 있는 피조물은 거의 무한하다. 따지고 보면 0과 1의 처리기술이 공룡과도 같았던 산업사회의 틀을 무너뜨리는 디지털 혁명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속도는 디지털 혁명의 진행속도를 가늠케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정보기술산업의 규모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장문의 보고서 「디지털경제」에 따르면 세계의 정보기술산업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또 정보기술산업의 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의 두 배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PC 등 정보기술 상품의 가격인하 추세는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산업의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정보기술부문은 품질과 성능의 개선을 통해 오히려 하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컴퓨터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가격은 그대로인 채 성능은 평균 18개월 단위로 2배씩 증가했다. 또 핵심부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당 평균가격은 1백만분의 1로 하락했다. 정보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사용자의 경우 넷스케이프의 월드와이드웹(WWW)용 브라우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처음 발표됐던 94년 3백만명에 불과하던 것이 98년에 1억명으로 증가했으며 7년 뒤인 2005년에는 10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는 향후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 기반의 구축, 기업간 전자상거래, 재화와 서비스의 디지털식 유통, 인터넷쇼핑 등 4가지 유형에 의해서 주도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 기반의 구축 확대는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는 역으로 컴퓨터·소프트웨어·인터넷서비스·가전·일반전화 및 이동전화·위성제조·거대미디어·케이블TV 분야 기업들의 인터넷 기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피드백 순환이 계속될 경우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정보기술산업의 비중도 급속히 증가하여 디지털 혁명의 환경은 더욱 성숙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이용한 기업간 전자상거래는 그 역사가 불과 2년여밖에 되지 않아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여러 인프라의 구축과 법제도의 정비, 사람들의 마인드 성숙이 이뤄질 오는 2002년경에는 그 교역 규모가 미국시장에서만 연간 3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자상거래는 현재 기업의 구매부서와 공급업자간의 거래, 기업의 물류 담당부서와 제품을 저장 운송하는 운수회사간의 거래, 기업의 영업부서와 제품을 판매하는 도소매업자간의 거래, 고객서비스 및 유지보수 담당부서와 최종소비자간의 거래 등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랄 수 있는 전자거래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 이용범위는 정치와 행정, 교육과 문화 등에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디지털식 유통은 예컨대 소프트웨어프로그램·신문·CD롬콘텐츠 등을 가판대나 상점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전자적으로 사고 팔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항공권이나 증권의 거래 등은 이미 이런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또 컨설팅·엔터테인먼트·보험·교육·디지털라이브러리·의료서비스 등 분야에도 그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화와 서비스의 전자적 판매의 유통행위는 디지털 혁명 과업의 정점(頂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재화와 서비스의 디지털식 유통의 관건은 인증과 보안과 같은 기술 인프라의 정착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쇼핑은 기업에서 생산 저장돼 물리적으로 배달되는 유형의 재화와 서비스를 주문하는 데 이용되는 소매수단이다. 아직까지 디지털 기반의 소매 매출규모는 전세계 총 매출의 1% 미만이지만 컴퓨터·소프트웨어·자동차·서적·꽃·여행상품 등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 디지털 혁명시대에는 개인(소비자 또는 근로자)의 생활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방대한 정보선택권, 편리성 등 두 가지를 가장 큰 변화의 축으로 꼽고 있다. 기업이나 행정기관 또는 정치집단들이 생산성과 고객(대민 또는 유권자)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보기술에 집중투자할 것임은 이미 앞서 지적한 대로다.
예컨대 최근 인터넷 쇼핑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으로 쇼핑하면 편리하며 무엇보다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대로 재화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공급자의 기호가 아닌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맞춤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촉발시켜 개인의 근로환경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국내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혁명이 고도화될수록 숙련도가 요구되는 직종(컴퓨터 엔지니어, 과학자, 시스템분석가 등)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직종(컴퓨터·복사기 운용자 등)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직의 형태 역시 기업에서 서로 다른 영역의 사업부를 넘나드는 등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 셀(Cell) 또는 팀(Team)형태가 기존의 관료적인 조직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지적한 것처럼 디지털 혁명시대가 정점에 이를수록 사라지는 조직이나 일자리보다는 새로 생기는 조직이나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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