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2)

 쇠꼬챙이로 난로 안을 쑤시던 여자는 동작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얼굴을 들었을 때 그녀의 붉은 코를 자세히 보니 끝이 약간 곪아 있었다. 허리를 폈을 때 그녀의 가슴이 눈길을 끌 만큼 불룩한 무게를 느끼게 했다.

 『소주 없어요. 사와야 해요.』

 『그럼, 사와.』

 키가 작달막한 사내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여자가 머뭇거렸다.

 『전화 올 데가 있는데요.』

 『전화 오면 우리가 받아주면 되잖아, 시팔.』

 『제가 직접 받아야 돼요.』

 『누군데?』

 『애인한테서…. 직접 상의할 일이 있다고 해서.』

 『제가 다녀오지요.』

 내가 나섰다. 고등학교 다닐 때 나의 담임을 맡았던 한문선생이 있었다. 그는 나이가 많아 내가 졸업반이던 해 여름에 정년퇴임을 했다.

 그는 퇴임인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타난다. 그 기회를 빨리 포착하고 잡는 사람과 그것을 놓치는 사람이다. 기회가 포착되었을 때는 우물거리지 말고 빨리 낚아채야 하는 법이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항상 명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소주 사오는 일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홍 십장이 나에게 천원을 건네주고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두 병 사와.』

 『예.』

 나는 대답하고 컨테이너 박스를 나왔다.

 『김양한테 애인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는데? 깊은 사이야?』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한 사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좆같이, 깊은 사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 않아.』

 『소장하고 이상한 소문이 나던데 혹시 김양 애인이 소장은 아니야?』

 『어머, 박 감독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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