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1)

 한 달만 일하겠다는 나의 말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효과를 거둔 것인지 나는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했다.

 서울에 취직이 되었는데, 입고 갈 양복이 없어, 양복 값을 벌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나의 말은 구차할 수도 있지만,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뚱뚱한 사내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번에 졸업했나 보군?』

 『예.』

 『허긴, 막노동하러 온 놈들이 일주일도 채 넘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을 보면 한 달이 짧은 것은 아니지. 좋아. 기술이 없다니까 막일을 할 수밖에 없군. 자네가 맡은 배수로 공사에 투입시키지? 』

 『사람이 가득 찼는데….』

 키가 작달막한 사내는 무엇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는 나의 위아래를 경멸하는 눈길로 훑어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켜보지. 학교 다니다 온 놈들은 꾀를 부린단 말이여. 하루 시켜보고 마음에 들면 계속 하도록 할 것이여.』

 『젊은이, 알았나?』

 몸집이 뚱뚱한 사내가 말했다.

 『아직 시작 시간이 한 시간 남았으니 밖에 나가 기다려. 저 아래 공사장 알지? 배수관 묻고 있는 곳 말이여. 그곳으로 가서 홍 십장을 찾아. 이 친구가 바로 홍 십장이야.』

 『한 시간 기다려야 합니까? 밖에 나가면 추운데 여기서 기다리면 안될까요? 』

 『마음대로….』

 몸집이 뚱뚱한 사내가 대답했다. 그들은 소주잔을 비우고 선지피가 들어 있는 해장국을 먹었다. 나는 난로 옆으로 가서 불을 쪼이면서 섰다. 코가 붉은 여자는 난로 안에 쇠꼬챙이를 넣고 쑤셔대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그녀는 습관적으로 쇠꼬챙이를 이리저리 쑤셔댔다. 그러다가 그녀는 스커트자락 밖으로 삐져나온 무릎을 한 손으로 가렸다.

 『이봐, 젊은이. 소주 한 잔 하겠나?』

 몸집이 뚱뚱한 사내가 나에게 잔을 권했다. 나는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였기 때문에 술을 마실 기회도 별로 없었지만, 아버지의 주사(酒邪)를 많이 보아온 탓에 술을 마시는 것조차 죄악시했다.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

 『그래? 그건 그런데 술이 다 떨어졌군. 김양, 술 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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