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난 사람] 컴바이러스硏 안철수 소장

 안철수 박사(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는 국내에서 가장 바쁜 소프트웨어(SW) 벤처기업가다. 바이러스 백신 개발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각종 외부 행사나 단체의 초청도 많아 늘 시간을 쪼개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안 박사가 최근 SW벤처협의회 회장과 아시아안티바이러스연구회(AVAR) 부회장이라는 새로운 짐을 또 떠맡았다.

 『우리 SW 살리기란 말이 외국 SW를 배격한다는 배타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SW시장의 파이를 키워 열악한 국산 SW업체들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안 박사는 SW벤처협의회 설립취지를 이같이 밝히고 조만간 마이크로소프트와도 만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W벤처협의회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한글과컴퓨터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한컴뿐만 아니라 우수한 국내 SW업체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따라서 유망한 국내 SW업체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알리고 정품사용 인식확산 등을 통해 침체된 국내 SW산업을 활성화하고자 기획하게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 SW 살리기 운동이 외국 SW를 반대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외국 SW를 반대한다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SW시장 자체를 키우자는 것입니다. 공동 프로모션 등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국산 SW를 널리 알리고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정책건의를 하며 정품사용 의식을 확산시켜 시장을 키워 가자는 것입니다.

 일례로 이같은 운동의 가장 큰 수혜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조만간 마이크로소프트의 김재민 사장을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방안도 논의할 예정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국의 자국내 SW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안티바이러스연구회 부회장을 맡게 된 것은 그만큼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이 협회 설립은 일본의 공공기관인 일본컴퓨터보안연구소(JCSR)가 주도했고 현재는 일본·한국·대만·홍콩만이 참여하고 있지만 조만간 전 아시아 국가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최근 아시아 경제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듯이 바이러스 분야에서도 아시아가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대만산 CIH 바이러스가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기업가로서 부회장에 선임된 것이 바이러스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활발히 추진해온 백신수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중국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기로 하고 현재 중국의 인증절차를 받고 있습니다. 또 중국판을 만들기 위해 영문판을 우선 제작했기 때문에 이 영문판을 가지고 홍콩 등 동남아시장과 일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백신 이외의 분야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지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백신분야만 해도 벅찹니다. 우선 당장 이달 안에 5개의 제품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며 특히 3세대 백신의 출시가 현안으로 닥쳐 있습니다. 백신 이후는 아직 정한 바 없지만 현재 사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3세대 백신은 무엇입니까.

 ▲네트워크 백신을 1세대, 인터넷용 백신이 2세대 백신이라 하면 3세대 백신은 네트워크 관리용 백신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백신은 종류가 다양하고 주기도 빨라 매번 새로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3세대 백신은 관리자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처럼 백신에 「관리비용 절감」의 개념을 도입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박사는 안연구소의 향후 목표를 『세계 시장흐름을 주도하는 최고의 백신 연구소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증시가 활성화할 2000년께 상장하고 이 자금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의 중심인 미국에 진출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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