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 국내 지사철수 배경 및 향후 시장 전망

 세계적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공급업체인 미국 시게이트사가 8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지사 철수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돈 케네디 시게이트 아시아 태평양 세일즈 마케팅 부사장은 『올 초부터 전세계적인 구조조정 조치를 발표한 이래 지속적으로 한국시장에 주목해왔다』며 『한국의 경기침체 여파와 환율불안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한국내 지사철수를 단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돈 케네디 부사장은 또 『시게이트는 앞으로 주요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 업체들과는 밀접하게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창명시스템과 코오롱데이타시스템을 통해 소매시장에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OEM방식에 의한 PC 제조업체 영업은 시게이트 본사에서 직접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87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래 10년 이상 한국 HDD 시장을 주도해온 이번 시게이트의 철수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돈 케네디 부사장은 『지난 1∼2년 동안 미국 시게이트는 한 분기를 제외하고 적자를 보는 극도의 수익성악화 추세를 보였다』고 밝히고 『이로 인해 시게이트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해외지사와 생산라인에 대해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돈 케네디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경기침체 여파와 환율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철수하게 됐다』고 한국지사 철수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씨게이트코리아의 영업실적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한국지사의 영업실적이 운영에 이점을 주지 못했던 점이 시게이트 본사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지사 철수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게이트의 이번 한국지사 철수로 앞으로 국내 PC 제조업체에 대한 OEM 공급은 사실상 힘들어지게 됐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더불어 국내 소매시장에서도 입지를 상당부분 잃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퀀텀과 삼성전자·맥스터·후지쯔·IBM 등 5개사가 PC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사상 유례없는 가격·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지사가 없는 시게이트 브랜드는 AS와 마케팅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게이트가 국내 지사를 철수한 이후, 국내 HDD시장에 대한 판도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시게이트 지사철수에 따른 수혜를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환율상승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주요 PC 제조업체에 OEM방식에 의한 제품공급량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

 특히 삼성전자는 시게이트가 행망이나 보급형 PC시장을 겨냥해 매달렸던 2GB대 제품라인을 갖추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이 있으며 국내에서 직접 제품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게이트가 빠진 자리를 상당부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게이트가 국내 HDD시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던 대용량 스카시 제품은 퀀텀코리아와 IBM이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카시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는 HDD 공급업체는 퀀텀과 IBM·후지쯔로 세 회사는 공급물량이 적지만 수익성이 좋은 스카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 95년 한국지사를 철수했던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현재 국내 HDD시장에서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소매시장에서 시게이트 제품공급 역시 대리점인 창명시스템과 코오롱데이타시스템이 얼마만큼 역량을 보이는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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