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26);우연한 의학실험

 두 번 다시 반복하기 어려운 의학실험이 19세기 미국에서, 그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벌어졌다. 어떤 청년이 총기오발 사고를 당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위장이 있는 부분의 몸 바깥까지 구멍이 뚫려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을 낱낱이 관찰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사람이 먹은 음식이 위 안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소화되는지 거의 밝혀진 바가 없었다. 위 근육이 움직여서 음식물을 반죽하듯 뒤섞는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그 안에 모인 채로 썩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1750년 경에 어떤 프랑스인이 새의 위액을 채취하여 실험을 했다. 위액이 담긴 시험관에 여러가지 음식물을 넣자 대부분 녹아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이탈리아 학자도 실험으로 위액이 위 자체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822년 6월, 북미 5대호 부근 매키낵이라는 마을에서 총기오발 사고가 일어났다. 북적거리던 모피가게 안에서 알렉시스라는 19세의 프랑스계 캐나다 청년이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산탄총알을 온몸으로 뒤집어 썼던 것이다. 청년은 입고 있던 옷은 걸레같이 갈가리 찢어지고 불까지 붙은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모두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늑골 일부가 날아가거나 금이 가고 몸 앞 부분에는 머리 만한 구멍이 뚫렸지만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후 1년에 걸친 장기적인 치료 끝에 알렉시스는 다시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상처는 아물었지만 위 부분에 뚫린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 6㎝ 정도나 되는 그 구멍을 붕대나 그밖의 무엇으로든 막아놓지 않으면 위에 들어있던 음식물이 스며나오곤 했다.

 시간이 더 흐르자 위에서 일종의 투명한 막 같은 생체조직이 자라나서 자연스럽게 구멍을 덮었다. 더이상 음식물이 흘러나오는 일은 없어졌다. 그런데 이 막은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안쪽으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언제든지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된 것이다.

 사고당시 응급처치 때부터 계속해서 알렉시스의 치료를 맡았던 윌리엄 버몬트 박사(1785∼1853)는 이 절호의 기회(?)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는 알렉시스를 한동안 굶긴 뒤에 음식물을 주고 옆으로 누워 있게 한 뒤 강한 조명을 비추어 위의 소화 과정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 실험을 통해 위액은 음식물이 내려올 때에만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으로 박사는 여러 종류의 음식물들이 다같이 한꺼번에 소화되는지 아니면 성분이나 상태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화되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는 고기조각들·빵·야채 등을 명주실 한 가닥에 매달고는 「구멍」을 통해 위로 직접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알렉시스가 생업에 종사하도록 놓아두었다가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꺼내 살펴보았다. 그 결과 빵이나 야채는 일찍 소화되었고 고기조각들의 경우는 양념을 많이 하고 조리를 많이 한 것일수록 일찍 녹았다. 또 날고기는 오랫동안 원래의 조직형태를 유지했다.

 이밖에도 버몬트 박사는 알렉시스의 위에서 직접 위액을 채취해 여러가지 실험을 하기도 하는 등 인간의 소화과정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이 전대미문의 희귀한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알렉시스를 설득하고 보상을 주고 또 그가 가는 곳을 따라다녀야만 했는데 함께 움직인 거리가 자그마치 3천2백㎞에 달했다고 한다.

〈박상준·과학해설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