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유통업체의 진정한 경쟁력

"월마트가 왔다-파격세일 시작" "할인점들 추가 인하경쟁 가열" 등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면서 소바지들의 관심을 모았던 유통업계의 뜨거웠던 가격파괴전이 결국 "최저가 할인점"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판촉전에 불과했다는 평을 남긴 채 끝났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한 판촉전으로만 치부하고 안도의 한숨을 쉴 때가 이나라고 본다.

오늘날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은 많이 바뀌었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제품을 좀더 싼 가격에 서비스까지 더해 합리적으로 구매하려한다. 이러한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욕구만족은 월마트에 대해 세계적인 유통업체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었다.

월마트의 고객제일주의에 따른 경쟁우위의 비결을 살펴보자. 월마트는 전세계에 3천4백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엄청난 구매력과 가격 및 품질만 맞으면 단번에 수억 달러 어치도 구매해 줄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경쟁우위 확보의 핵심은 항시 저가판매(Every Day Low Price)를 가능하게 하는 저비용 구조를 만드는 정보시스템에 있다.

월마트는 EDI.바코드 등 정보기술을 활용해 3천4백여개 점포의 점포당 6만개 내지 8만개 품목에 대한 상품판매 및 입출하관리, 재고관리, 고객 구매 습관 등을 온라인 수준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또한 90% 이상의 제조업체와 EDI를 통한 자동발주 및 연속 보충시스템을 가동해 매출액 대비 3%라는 최저물류 비용으로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

또한 민간 기업체로서는 놀랍게도 미 국방부 다음으로 큰 데이터베이스를 제조업체와 공유함으로써 향후 상품구매 및 구색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국내 유통업체들은 자사 판매상품에 대한 자료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도 EDI와 바코드가 도입된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상품 전반에 대한 자료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의 평균 물류비용은 매출액 대비 12.1%로 물류비에 대한 큰 부담도 안고 있다.

월마트의 세계적인 성공의 핵심은 첨단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판매관리비를 대폭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취지로 이미 지난 93년부터 유통정보화 사업이 시작돼 한국산업정보전자문서교환위원회 산하 유통부문 전자문서개발전문위원회에서는 주문서.송장.상품정보.납품계획서 등 12개 EDI전자문서를 개발했다.

현재 이들 EDI 전자문서는 데이콤.한국무역정보통신.제일씨엔씨 등 유통 VAN업체 또는 자사 VAN을 통해 유통업체-제조업체 간, 본사-대리점 간의 수.발주 업무를 비롯해 대금청구.결제 등의 업무에 활용함으로써 적기공급(JIT:Just in Time) 및 신속대응(QR:Quick Response)의 실현으로 재고비용 감소 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정보화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무역.통관 등 타 정보화사업에 비하면 그 확산속도가 매우 더디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영세업체로 정보화나 EDI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고 대형업체의 경우도 자사의 거래방식이나 관행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정보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보화 기술을 이용한 유통업의 EDI를 실현해야 가격경쟁력 제고는 물론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또한 제품별 관련단체나 대형 유통업체 또는 EDI서비스업체의 EDI망 구성을 촉진하고 인터넷 등 값싸고 편리한 EDI실현기술의 개발을 지원하는 시책도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내외 상품유통 각 주체 간의 원활한 EDI실현을 위해서는 정해진 표준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월마트의 등장을 계기로 앞으로 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국내진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는 이들 외국 유통업체의 지속적인 공세에 대비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을 강구해야만 할 때다.

<최태창 한국전자거래표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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