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문제 연중 기획 18] "내셔널 데스트 데이" 필요하다

「월가의 실험.」

컴퓨터 2000년(Y2k)문제에 대응한 미국 증권업계의 모의실험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7월 13일부터 2주간 실시된 이 「세기의 실험」은 월가가 세계 증권시장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각국 Y2k담당자와 정책담당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월가의 실험은 미국증권산업협회(SIA)가 중심이 돼 28개 대형회사가 무려 2년이라는 기간동안 실험시나리오를 짜고 실험환경을 조성하는 등 치밀한 준비기간을 거쳤다. 또 증권, 선물, 채권 등 분야별로 각각 4일씩을 임의로 정해 해당일의 날짜를 2000년이 시작되는 전후로 조정하는 형식을 취했다. 특히 이들 28개 증권사는 월가의 증권거래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사들이어서 이번 실험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었다.

이 모의실험은 첫날인 98년 7월 13일의 날짜를 임의로 99년 12월 29일로 돌려놓는 것으로 시작했다. 증권분야를 예로 들면 13일을 99년 12월 29일로, 15일을 99년 12월 30일로, 7월 20일을 99년 12월 31일로 조정했으며 22일은 2000년이 시작되는 2000년 1월 3일로 맞춰졌다.

이 모의실험에 참여하는 동안 28개 증권사는 하루에 각 5백건씩, 총 1만건 정도의 거래를 성사시켰으며 실제 Y2k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했다.

SIA도 이 실험결과가 대단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실험결과 전체 거래량의 1% 정도가 Y2k문제를 발생시켰으며 문제발생 증권사는 2, 3개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실험결과치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미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형회사일수록 Y2k문제 대응에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소형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문제발생률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SIA는 이에 따라 99년 3월경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을 정해 모든 증권회사와 관련기관이 참여하는 「전체 증권시스템」에 대해 모의실험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에 실시한 모의실험은 전체 시스템 모의실험의 총연습인 셈이다.

월가의 이번 모의실험이 비록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많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험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Y2k문제가 실제 어떻게,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 지 등에 관한 많은 노하우를 얻게 됐으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Y2k 모의실험은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 실시될 예정이다. 모의실험은 Y2k문제의 대응노력을 최종 점검받는 관문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월가의 실험처럼 개별 시스템단위에서 추진되는 모의실험은 금융전산망, 통신망, 전력설비 등 3대 국가 기간네트워크분야. 특히 정부는 이들 단위 기간망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의 네트워크시스템이 모두 참여하는 모의실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Y2k 내셔널 테스트데이」를 정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융전산망의 연결테스트는 금융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각 금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올하반기중 이틀을 테스트일로 정해 실시한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이 금융망 테스트에 은행 등 각 금융기관과 카드사 등을 참여시켜 CD공동망, 타행환공동망, 경찰망, ARS공동망, 무역자동화망, 일괄전송, 지방은행 등 7개 업무에 대해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며 미연방금융기관 검사위원회의 대응지침에 따라 기관간 데이터 전송을 점검하는 연결테스트와 시작부터 도착까지의 거래과정을 일관적으로 점검하는 일관테스트 등 2가지 형태로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통신망 테스트는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각 통신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올 9월 이후 시내교환망, 시외교환망, 국제교환망을 대상으로 테스트될 예정이다. 정보통신부는 이 모의실험을 오는 9월에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맹(ITU) 회의 참석후 국제교환망부문을 우선 실시하고 시내 및 시외교환망부문은 장비교체를 완료한 후 실시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와 별도로 발전설비, 원자력 등 발전설비분야에 대해 테스트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올 10월까지 대상설비를 확정한 후 본격적인 세부계획 수립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내셔널 테스트데이」는 Y2k문제 모의실험의 결정판. 정부차원에서 Y2k문제의 실무업무를 담당하는 정보통신부는 내년중에 특정한 날을 정해 1, 2차 두차례에 걸쳐 모의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모의실험의 1차 실험은 종합테스트 이전까지 분야별로 시행하고 2차는 전 산업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을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분야별로 기관간 상호 인터페이스 중심으로 실험 시나리오를 작성해 적용하고 2차 실험은 동일한 시나리오를 적용하게 된다.

정보통신부는 이 시험을 위해 분야별로 「Y2k시험추진실무위」를 운영하고 특히 2차 실험을 위해 각 「Y2k시험추진실무위」 소속 2, 3인을 선정해 「전산업 Y2k시험추진실무위」를 구성,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부 김인식 과장은 『네트워크사회인 만큼 개별단위의 문제해결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를 운영하면서 Y2k문제 발생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아직 구상단계이긴 하지만 내셔널 테스트데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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