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전사들은 전속대리점에 대한 정책을 대폭 수정했다. 현금 유통성 확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지원제도를 대폭 축소했다. 따라서 판촉물이나 판촉행사 지원비용이 거의 지원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담은 그다지 큰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신한도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한두차례씩 여신한도를 조정했다. 여신이란 담보를 기준으로 가전업체가 대리점에 허용해 주는 잔고다. 여신한도가 줄어들 경우 대리점들은 판매를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제품물량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IMF사태 이전까지 가전업체 전속대리점들은 담보대비 1백50%까지 잔고가 허용됐고 회전율이 좋고 매출이 많은 대리점의 경우 2백%까지 여신을 받기도 했다. 담보가 1억원이면 최소한 1억5천만원어치의 물건을 돈없이도 가져다 팔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IMF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여신한도를 1백50%로 묶은데 이어 올들어 다시 1백%로 하향조정했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감안, 최근 담보에 대한 평가를 다시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대리점들은 받을 수 있는 여신 규모가 IMF사태 이전보다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잔고 1억원어치까지 현금 부담없이 제품을 가져다 팔던 대리점들이 5천만원어치 밖에 가져갈 수 밖에 없게된다. 이 대리점이 한달에 7천만~8천만원어치 제품을 판다면 이제 2천만~3천만원의 현금이 필요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은 LG전자와 한국신용유통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1백50%이상 주던 여신을 1백%로 낮춘후 최근 담보를 유형별, 가격대별로 구분해 한도를 재조정했다. 이 회사 역시 IMF이후 일선 대리점들의 여신한도가 50% 선으로 줄었으며 한국 신용유통역시 담보재평가, 담보비율 조정 등으로 여신한도를 대폭 줄여 놓고 있다.
가전업체들의 여신 축소는 부실 대리점들의 자금압박을 가중시켜 자연스럽게 대리점 구조조정으로 연결됐다. 업체들의 이같은 대리점 여신조정 작업과 정리된 대리점의 시설 및 임대 지원금등을 회수 수백억원을 거둬 들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가전사들은 올들어 이같은 여신조정 외에도 비용부담이 큰 유통재고를 줄이고 조직 운영을 위한 경비나 판촉광고비 등 모든 비용을 50%이상 줄여 놓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부서장 등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휴대전화요금 지원까지 중단하는 초긴축 상태에 들어갔다.
비록 규모는 작다고 해도 대리점에 대한 판촉지원비용도 대폭 삭감됐다. 50~1백% 지원되던 고객유인행사나 판촉물 지원비용은 명목만 남아 있다. LG전자의 경우 매년 계절별로 4회 대리점에 지원하던 P.O.P까지 연 2회로 줄여 놓고 있다.
가전사들의 이같은 유통자금 확보와 비용절감 작업은 상단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가능성을 보고 자금력이 약한 대리점을 안고 가는 과거의 모습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게됐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그것이 가전3사가 대리점에게 요구하는 숙제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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