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지향기술시대가 다가온다.」
「소프트웨어(SW)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객체지향(Object Oriented)기술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객체지향기술이란 언제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SW모듈을 통해 조립식 SW 개발을 가능케 하는 것. 올들어 객체지향기술을 적용한 프로젝트의 등장, 객체지원 SW의 잇따른 출시, 객체기술전문업체의 출현 등 연구수준에 머물던 객체지향기술이 눈앞의 현실로 급속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차세대 망관리시스템, 신공항관리공단이 추진중인 통합정보통신시스템(IICS), 국방부 프로젝트 등 대형 신규프로젝트에서 이 객체지향기술을 채택하는 경향이 잇따르고 있다.
개발도구,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분야의 SW공급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경쟁적으로 객체지원 신제품들을 선보이고 기술우위 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 전사적자원관리(ERP)업계도 차기버전에는 모두 객체형 컴포넌트기술을 수용할 태세며 객체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설립되는 벤처기업도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SW업계가 객체지향기술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50년대 초반 모듈식 프로그래밍, 60년대 후반 구조적 프로그래밍, 뒤이어 80년대 SW엔지니어링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SW는 개발생산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개발방법론이 끊임없이 등장해 적용돼 왔다. 그래픽환경에서 손쉽게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도와주는 비주얼 개발도구, 이른바 4세대 언어(4GL)의 탄생도 SW 개발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존 SW 개발방법으로 급변하는 기업정보시스템의 발전속도에 보조를 맞추기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정보시스템은 갈수록 거대하고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외적환경에 따라 수시로 수정되고 보완돼야 하는 상황이다. SW가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가는데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SW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결국 SW를 통해 기업생산성을 향상시켜 왔다는 지금까지의 관점은 이제 SW 자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혁명적 변화를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시대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객체지향기술이다.
객체는 자신만의 고유한 데이터와 처리절차를 갖고 있는 완전 독립적인 SW모듈이다. 객체지향기술은 이러한 객체를 설계, 생성하고 활용하는 기술이며 SW 개발은 이러한 객체를 만들고 이들간의 통신관계만 규정해주는 유연한 코딩방식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발생산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언제나 재사용이 가능하고 수정 또한 용이하기 때문에 객체지향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SW의 부품화를 통해 조립식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컴포넌트기반 시스템의 구현은 결국 객체지향기술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객체지향기술은 90년대 초반부터 대학, 연구기관, 기업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돼왔고 이제 실제 적용사례를 구축해가고 있으며 이들 대학 및 연구소 출신을 중심으로 객체기술전문업체의 탄생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SW공급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객체지원 제품의 출시에 경쟁적으로 나섬으로써 객체지향기술시대의 기반마련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시스템설계도구인 케이스툴업체인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 스털링소프트웨어코리아, 플라티늄테크놀로지가 객체지향방법론에 기반한 케이스툴을 시장에 내놨고 한국인프라이즈, 한국사이베이스,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오라클 등 개발도구업체들 역시 자사 개발도구에 분산객체표준인 DCOM과 코바(CORBA)를 지원하는 신제품을 이달부터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BEA시스템즈코리아, 동양시스템하우스, 한국인프라이즈, 한국IBM 등 미들웨어공급업체들도 객체간 통신을 담당하는 객체기반미들웨어(ORB)와 트랜잭션처리미들웨어(TP모니터)를 통합한 객체트랜잭션미들웨어(OTM)를 출시하고 차세대 미들웨어 경쟁에 돌입했다.
DBMS업계도 한국오라클, 한국인포믹스, 한국사이베이스, 한국IBM 등이 지난해 모두 관계형DBMS(RDBMS)에 객체기술을 수용한 객체관계형DBMS(ORDBMS)를 발표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데이텍, 한국CA 등 순수 객체지향DBMS(ODBMS)업체들이 새롭게 가세해 ORDBMS대 ODBMS의 기술우위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IBM은 아예 객체기술을 이용, 기업의 업무프로세스를 SW컴포넌트로 제작한 「샌프란시스코 프레임워크」를 출시하고 이른바 조립식 SW 부품사업을 시작하는 발빠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객체지향기술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듯 오는 27, 28일 이틀간 국내에서는 최초로 객체지향기술에 대한 종합 기술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며 한국래쇼날소프트웨어, 데이텍 등은 자체 기술세미나를 내달부터 개최하는 등 관련업체들의 객체기술세미나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렇듯 21세기 SW개발방법론의 핵심기술로서 객체지향기술에 대한 기반구조가 급속도로 확산돼 가고 있다.
객체지향기술이 SW업계의 큰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섣불리 객체시대의 본격 활성화시기를 점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향후 2, 3년후를 내다보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개발자들이 객체지향기술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객체지향기술이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만큼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방법론에 대해 근본적인 사고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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