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원짜리 냉장고 한 대를 팔면 입금 리베이트를 최대한 받아낸다고 해도 10만원이 남지 않는다. 월간 1억원 매출을 올려도 매장운영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비용을 마련하기 벅차다. 마크로와 E마트의 가격경쟁이 확대되면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팔아도 손에 남는 것이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강남에서 30평 남짓한 매장을 운영하는 L씨의 푸념이다. 가격은 이제 판매부진과 함께 많은 가전 유통점들의 문을 닫게 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월마트의 진출로 달아오르고 있는 창고형할인점들의 가격공세는 대리점 목을 옥죄고 있다.
가전사 전속대리점들 사이에서 동일업체이건 경쟁업체이건 대리점 경쟁이 가격경쟁으로 확산되는 경우는 없었다. 본사의 보이지 않는 통제가 영향을 미친 탓도 있지만 전체적인 마진폭이 크지 않아 판매가격을 낮추기보다 다양한 판촉물과 행사로 고객끌기 경쟁을 해왔다.
3~4년 전까지 가전대리점들의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은 공무원 연금매장, 사학연금매장 등 세제혜택을 받는 특수매장이었다. 당시에는 「연금매장 가격판매」라는 문안을 쇼윈도에 내건 대리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연금매장 등 특수매장이 맹위를 떨쳐 이들 가격을 따라갈 때도 대리점들은 10%가 넘는 비교적 안정된 마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1~2년 동안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가전사 전속 대리점들은 이제 백화점과 창고형할인점, 또 양판점이라는 다양한 상대와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서 있다. 백화점과 창고형할인점의 경우 가전제품을 로스리더 상품으로 다투어 내놓고 있다. 백화점 기획상품이 활성화되면서 최저 70만~80만원대를 유지하던 저가 29인치 컬러TV는 50만원대 제품까지 출현했다. 더욱이 월마트 진출 이후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30만원대 제품까지 나왔다. 문제는 이들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다.
이미 창고형할인점 인근 가전 유통점들은 수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중저가제품 판매부진 현상이 나타나 앞으로 대리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 마크로와 E마트의 매장 늘리기 경쟁이 계속될 경우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대리점 수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전속대리점들에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양판점도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초대형 매장에서 가전3사 제품은 물론 일부 수입제품까지 취급하는 양판점은 한 지역에 들어설 경우 반경 2~3㎞ 이내 유통점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들의 저가정책은 가격경쟁에 나서야 하는 군소 대리점의 경영을 크게 악화시켰다. 문제는 이들 양판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마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유통의 경우 올해 이미 20여개 매장을 증설한 데 이어 연말까지 30점 정도 추가로 증설, 전국 망을 갖출 계획이어서 이들이 일선 대리점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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