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박사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연구실 천장을 바라보며 창연오피스텔, 그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 대단한 친구다. 그 친구의 능력이라면 우리나라의 통신망에도 아주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었다. 그 상황까지 겪지 않도록 했다는 것은 하나의 배려다. 자동절체시스템의 독수리 칩이 하루 만에 자동으로 회복되었듯이 단 하루 동안만 통신망에 장애를 일으키도록 한 것은 악의적 요소가 있지만 분명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재로 인한 케이블 손상이야 새로 연결하면 되는 기능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하루 동안만 통신망에 장애를 일으키게 한 것은 배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전화번호가 바뀐다면? 김창규 박사는 다시 모니터 상의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만일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전화번호가 뒤바뀐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발신자의 의도와는 달리 다른 전화로 연결이 된다면 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화 없는 집이 거의 없듯이 통신이 마비되어 사회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데이터였다. 일본의 모든 통신망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데이터. 맨홀에서 발생한 화재와 위성, 절체시스템에 대한 장애로 인한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본 전국의 통신망 자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데이터였다.
그 친구도 알고 있을 것인가? 김창규 박사는 컴퓨터 화면으로 다시 시선을 옮기면서 그 친구도 자신이 데이터를 카피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파일 한 곳에 변경시킨 흔적을 남겼지만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 친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감쪽같이 작업을 했다고 해도 자신의 파일을 카피해 갔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추어는 몰라도 전문가는 느낄 수 있다.
김창규 박사는 머리 속으로 그 친구의 컴퓨터에서 카피한 파일을 다시 정리해보았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생각이었다.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생각이었다.
다른 문제는 없었다. 다만 어떻게 NTC 시스템으로 접근하느냐가 문제였다.
어떻게 침투한 것인가? 일본 NTC의 시스템에서 직접 데이터를 만진다면 다른 부수적인 일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단말기를 통한다고 해도 그 단말기 자체에 패스워드와 등급이 있기 때문에 중요 데이터는 만질 수 없을 것이다.
침투할 수 없다면, 시스템과 온라인을 구성하지 못한다면 이 데이터의 효용성은 없어진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4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