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데이터가 아니다.
연구소. 김창규 박사는 김지호 실장과 함께 들어섰던 창연 오피스텔, 그 친구의 컴퓨터에서 카피해온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전율을 느꼈다.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그 내용이 구체적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일본 NTC 고객관련 데이터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지난밤 밤새워서 분석했던 독수리 칩의 프로그램도 그 친구의 파일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친구가 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통제실의 자동절체시스템에 쓰인 칩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김창규 박사는 이번 사고를 일으킬 만한 사람은 그 친구 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확신을 가졌다. 조금 전 통화를 끝낸 조 반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서는 것이었다.
이곳 연구소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서 조 반장으로부터 그 친구에 대한 조사결과를 통보 받았었다.
맨홀에 화재가 발생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완벽한 알리바이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확인과정도 끝냈다고 했다. 재일동포로, 미국 유명대학의 프로그램 관련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에 다니면서 이미 미국내 한 통신사업자가 발주한 고객통합시스템 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졸업 후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위성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후에 일본의 NTC가 미국에서 활용 중인 고객통합시스템을 도입하여 일본의 형편에 맞게 구축할 때에도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 반장의 결론은 이번 사고에 대한 범인으로 의심할 틈이 없다는 것이었다.
컴퓨터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조 반장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기까지에는 많은 수고가 필요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친구가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에 더욱 큰 확신을 주는 말이었다. 만일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형식으로든 관여했을 것이다.
그 친구가 아니라면 이번에 발생한 사고를 그처럼 종합적으로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단한 친구다. 같은 전문가로서도 부러울 정도의 능력을 갖춘 친구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김창규 박사는 다시 한 번 온몸에 이는 전율을 느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수백 억의 예산과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분석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일본의 통신망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발생한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 화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데이터였다. 단번에 일본 전국의 통신망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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