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구리 전화선을 이용해 아날로그 모뎀보다 10배에서 1백배까지 빠른 고속데이터 전송을 실현한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 「ADSL」은 차세대 모뎀기술로 가장 유력시된다.
국내에서 ADSL기술 보급은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통신은 10월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DMT(Discrete Multi-Tone) 방식의 ADSL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관련업계의 ADSL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향 8Mbps, 상향 6백40k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ADSL회선 1천 라인 규모로 시범서비스가 실시되면 국내에서도 ADSL을 통한 고속 인터넷 통신시대가 본격 개막되는 셈이다. 또 DMT방식의 보급형 기술인 「G.lite」 표준규격이 10월경에 ITU의 최종 확정을 받을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G.lite 규격을 따르는 ADSL 장비 국내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G.lite는 하향 전송속도를 6Mbps에서 1.5Mbps로 줄이는 대신 데이터와 음성을 분리하는 스플리터 장비가 없어도 서비스를 받도록 만든 새로운 ADSL규격이다. 스플리터는 반드시 전문가가 설치해야 하는 장비기 때문에 그동안 ADSL의 대량보급을 막아온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존의 ADSL규격과는 달리 G.lite는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만들어져 미국 통신업계와 PC업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는 10월의 G.lite 표준확정은 ADSL기술 대중화에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정통부에서는 ADSL 10만 가입자를 목표로 G.lite규격의 ADSL 모뎀칩 국산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주요 대기업에 입찰공고를 낸 상황이다. 이에 따라 DMT방식의 ADSL 모뎀칩 개발을 추진해온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는 계획을 바꿔 2000년 초반까지 G.lite방식의 ADSL 모뎀칩을 우선 국산화한다는 방침이다.
ADSL기술의 양대규격으로 DMT방식과 경쟁해온 CAP(Carrierless Ampltlitude and Phased modulation) 방식은 업계에서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정보통신이 유일하게 CAP방식의 ADSL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있으나 개발 우선순위에서 DMT방식의 보급형인 G.lite에 밀려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AT&T의 막강한 지원을 받는 G.lite기술이 사실상 ADSL기술의 국제표준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웬만한 국내통신업체 가운데 ADSL장비 개발에 뛰어들지 않은 업체가 없을 정도로 ADSL은 차기 통신시장을 이끌어갈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LG정보통신, 현대정보통신 등 주요 대기업에서는 ADSL 모뎀칩의 국산화와 함께 ADSL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호스트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나 중소업체에서는 외산 ADSL 칩을 탑재한 ADSL 모뎀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ADSL 모뎀이 아날로그 모뎀을 대체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DSL 모뎀이 궁극적으로는 아날로그 모뎀을 대체할 것이지만 적어도 3년 동안은 아날로그 모뎀 시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통신이 주도하는 ADSL 상용서비스가 내년에 순조롭게 정착되고 G.lite 제품이 대거 출시돼도 시장 초기단계에 불과한 ADSL 모뎀 가격이 현재의 아날로그모뎀처럼 낮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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