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기냐 아니냐".. 세트톱박스에 "의문 부호"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 인터넷 세트톱박스, 디지털TV 세트톱박스 등 각종 세트톱박스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이들 제품이 과연 TV일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세트톱박스는 영상을 표현하기 위한 신호 수신과 복원 등 핵심기능을 브라운관으로 대표되는 영상표시장치와 분리한 제품이기 때문에 기존 TV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세트톱박스는 결국 기존의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비로소 영상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TV가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세트톱박스가 TV인지 아닌지 하는 이같은 의문은 호사가들의 사치스런 궁금증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세트톱박스가 TV냐 아니냐에 따라 각종 세금이나 수출입상 관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트톱박스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해답을 명쾌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트톱박스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물론 상품을 분류하는 정부기관에서조차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는 TV수상기의 일종으로, 인터넷 세트톱박스는 컴퓨터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는 기본적으로 TV영상을 수신해 이를 표현해내는 게 기본기능이기 때문에 TV수상기는 아닐지라도 그 일종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는 TV와 마찬가지로 특소세 과세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세트톱박스는 TV영상 수신이 주기능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토록 하는 것이 기본기능이기 때문에 컴퓨터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세트톱박스는 TV가 아닌 컴퓨터에 부과되는 세금적용을 받게된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분류가 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관계자들은 세트톱박스가 TV수상기는 아니기 때문에 TV와 똑같이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TV의 관세적용대상은 영상표시장치가 딸린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든 인터넷 세트톱박스든 해외로 수출될 경우 아직까지 TV처럼 까다로운 관세나 반덤핑 규제를 받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TV 세트톱박스는 어떨까.

관계자들은 디지털TV 세트톱박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상표시장치가 딸려 있지 않기 때문에 TV와 똑같은 관세나 반덤핑관세 적용대상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세트톱박스가 기존 TV에 이어 국내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큰 만큼 이들 제품이 TV로 간주될지 안될지는 국내업체들에는 매우 중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나 관계기관은 세트톱박스에 각종 세제를 적용할 때 기존의 TV와 분리하는 등 사전정비작업에 나서줘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