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와 큰사람정보통신.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에 대학생 벤처신화를 창조하며 상징적인 업체로 성장해온 두 주역이 설립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개발포기라는 항복선언을 해야 할 정도로 혹독한 경영악화에 시달렸으며 큰사람정보통신은 정부지원자금 불법대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결심공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글과컴퓨터가 전국민의 후원속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 일단 숨을 돌림에 따라 이제 눈길은 큰사람정보통신에 쏠리고 있다.
큰사람정보통신은 현재 그동안의 시련에 종지부를 찍고 숨가쁜 재기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더 힘든 가시밭길로 내몰리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올 2월 허위서류를 작성, 정부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큰사람정보통신의 이영상 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다음주 11일 열리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검찰은 이 사장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큰사람정보통신은 지난 97년 12월 정보화촉진기금의 시설자금 4억6천여만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장비를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적발돼 검찰에 구속됐다.
큰사람측은 당시 대출신청 마감이 임박해옴에 따라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온 「이야기네트」사업이 자칫 물거품이 될 상황이 벌어져 장비구입을 서둘렀으나 때마침 터진 IMF사태로 마감시한내 장비구입이 어려워지자 업계 관행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도적인 불법은 아니었으며 다급한 상황에서 유혹에 빠졌다는 것이 큰사람의 호소였고 관련업계에서도 자금이 없어 대출을 신청한 업체에게 장비를 먼저 구입한 후에야 대출금을 내주는 정보화촉진기금 시설자금의 사후정산방식을 지적하며 선처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이 사건으로 큰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결실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이후 지금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8억여원에 가까운 현금이 지난 6개월 사이에 빠져나갔다. 대출금 4억여원을 반납하고 여기에 추징금, 각종 세금, 변호사 비용을 더한 금액이 8억원에 이른다. 변호사 비용은 앞으로도 더 들어갈 수 있다.
또 향후 5년간 정부자금은 일절 손도 못대게 됐다. IMF 자금난 속에서 순전히 자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법원판결 이전에 이미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초조함 속에서도 큰사람은 나름대로 재기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큰사람의 이사진 모두 실리콘밸리에 나가 해외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지업체로부터 통신프로토콜분야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유치 및 제품 공동개발 등 활발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사실상 사장돼 있는 분산처리용 서버프로그램도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애쓰고 있다. 6억원대의 장비만으로 통신서비스를 가능케 해준다는 이 서버프로그램은 큰사람 설립이후 최대 프로젝트였으며 정부자금도 이 프로젝트를 위해 신청했었다. 정부자금이 사실상 막혀버린 지금 큰사람은 해외자금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년 6개월의 징역형이 구형된 직후 큰사람 이영상 사장은 『이번 일로 업계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뿐』이라며 애써 초조한 마음을 감췄다.
사실 큰사람정보통신은 사건 발생당시부터 주위의 동정을 받아 왔다. 큰사람정보통신의 혐의가 그동안 관행처럼 벌어져 왔던 일이며 본보기에 걸려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한 SW업체 대표는 『큰사람정보통신에 돌을 던질 업체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업계의 관행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큰사람이 국내 컴퓨터통신의 대중화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고 더구나 과거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업체』라며 선처를 바랐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국내 경기재건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고 정부 역시 그런 의지를 밝힌 이상 법원에서도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재기의 기회를 주기 바란다』며 법원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을 기대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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