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오늘은 딱딱한 이야기를 조금은 쉽게 하려고 힘써 보겠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란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때문에 크고 작은 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고 있으며 직장인들은 실직자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기업 간의 소위 「빅딜」을 권고하면서도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남의 나라 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외국기관들은 그렇게 하면 어째서 우리 기업이 강하게 되고 그 결과 자기네와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구조조정」이란 것이 단순명료하지만은 않고 쉽게 풀릴 수 없는 여러가지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지난날 오래 기업에 종사하여 우리 산업 내지 기업의 발전과 세계시장의 흐름과 함께 살고 그 속에서 경쟁자와 땀흘려 싸워온 사람들은 우리 산업구조나 기업체질이 어떤 획기적인 변혁을 맞이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속적인 성장의 어려움은 물론 큰 파국이 닥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으며 나름대로의 대비도 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의 군살을 빼보려면 여간 아픔이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K형, 사람을 줄인다지만 누구는 그만두게 하고 누구는 남게 합니까. 남이야 저 사람은 그만둘 사람이라고 비교적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제 몸에 닥쳐도 그럴 수 있겠습니까. 회사를 살리기 위해 왜 나만 희생되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안 들겠습니까. 이것이 구조조정의 첫번째 딜레마입니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공동체의 그것과 꼭 일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는 딜레마입니다. 개인은 자기희생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공동체는 그 구성원을 성심껏 보살펴 주어야 한다지만 그것이 말같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K형, 혁신은 위에서부터 하자고 한다 해서 조직이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들 합니다. 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조직의 변화는 일으킬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런대로 편안하게 해오던 관행을 버리고 무엇인가 새롭게 해 보려는데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고쳐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너무나 소박한 바람입니다. 구조조정에는 당연히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고 억지로라도 끌고 이끄는 힘이 없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환기나 변혁기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강한 리더십이 있어야 혁신과 재도약이 일어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겨서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성공시키려면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정부가 앞장서는 것도 불가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의욕을 문질러 버리면 개혁 그 자체가 실패하고 마는 것이지요. 자율적 참여와 강한 리더십이 동시에 요청된다는 딜레마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바른 길로 간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고칠 것은 그 이유를 확실히 밝혀서 모두의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야 개혁은 성공합니다.
끝으로 K형, 혁신이나 구조조정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면한 과제와 장기비젼의 딜레마입니다. 어려운 일들이 눈앞에 한꺼번에 그리고 갑자기 몰려들면 그것들을 바로 해결하는 데에만 정신이 쏠려서 먼, 그래서 참다운 목표는 잊고 말게 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러나 물 위에 떠 있고자 맹목적으로 허우적거리기만 하다가 보면 정작 살기 위해 올라가야 할 육지로부터는 자꾸 멀어지는 것을 어찌합니까. 우리가 IMF를 비롯한 외국의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물론 눈앞의 빚 갚기를 서두르는 것이지마는 빚만 다 갚으면 그것으로 우리 살림의 앞날이 탁 트입니까. 잘 생각해 가면서 할 일입니다. 물론 장기비전을 뚜렷히 세웠다고 해서 단기적 문제해결에 바로 그것이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눈앞의 문제를 푸는 방법의 잣대를 먼 곳에 있는 목표에 견주어 만들지 않고 또 오늘의 고난을 이기는 힘을 먼 훗날을 살 보람에서 찾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을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쉬운 일이 아니나 장기비전의 가치관, 그에 맞는 정책 그리고 앞날의 큰 보람을 잃지 말아야 될 것 같군요.
K형, 현실은 딜레마에 차 있습니다. 이 딜레마들을 외면하고 생색삼아 문제들을 쉽게만 풀어서 자랑한다면 우리의 내일이 너무나 어두워질까 걱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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