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및 정보사회로 이행하는 산업고도화 과정에서 전자통신 계측기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광전자, 통신, 전력, 반도체, 가전, 부품산업에 응용되고 있는 전자통신 계측기기는 고품질 확보에 필수적인 핵심기술로 전자통신 계측기기 기술 수준이 곧 그 나라의 산업수준과 정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 전자, 기계, 컴퓨터 등 각종 기기 및 설비기술이 총 망라된 전자통신 계측기기 산업은 21세기를 주도할 반도체, 무선, 광통신, 우주, 위성, 항공, 신소재 산업의 경쟁력 확보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으며 기술 선진국에 합류하려는 우리나라가 시급히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편집자>
21세기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자통신 계측기기의 올 세계시장 규모는 27억8천만달러. 지난해 26억2천만달러로 형성됐던 전자통신 계측기기시장의 성장세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오는 2000년에는 3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통신 계측기기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은 신호분석기다. 신호분석기는 모든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장비로 전자 계측기시장의 절반 정도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실로스코프, 스펙트럼 분석기, 논리회로 분석기, 프로토콜 분석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신호발생기는 시장점유율이 20% 정도로 신호분석기에 이어 두번째로 시장규모가 크다.
국내 계측기기 총 수요는 지난 96년 33억달러, 97년 36억달러로 매년 약 5% 이상 증가하면서 미국, 일본, 독일 등에 이어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매년 평균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계측기기 분야에서만 연평균 3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이고 있어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통신 계측기기의 경우 아직 중급이하 제품 생산에 머무를 정도로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수준이 상당히 낙후돼 있다.
특히 중국, 대만보다 브랜드 이미지 및 품질에서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저급 범용계측기기도 저임금을 앞세운 이들의 공세로 디지털 멀티미터, 전압계, 전류계 등이 위협받고 있으며 오실로스코프, 시험기기 등 고기능 제품은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외국 선진업체들의 장벽에 막혀 있다.
올들어 국내 전자통신 계측기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90년대 중반 이후 이어져 온 전자통신 계측기부문의 성장세가 멈추고 하향세로 반전했다.
국내업체들은 물론이고 지난해까지 매년 두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구가해온 다국적 전자통신 계측기업체들은 올 상반기 매출이 당초 목표의 20%에서 많게는 절반정도까지 뚝 떨어지는 등 전에 없는 극심한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산업전반에 걸쳐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범용 계측기는 물론 유, 무선, 반도체부문 계측기기의 수요도 덩달아 격감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용 계측기기도 구매가 크게 줄었다.
국내 계측기기 제조업체들은 IMF 사태로 내수시장이 동결됨에 따라 동남아지역 편중에서 탈피, 중동, 중남미, 유럽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동남아지역 수출촉진단 활동을 통해 3백30여만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린 계측기 해외시장 개척단은 올 상반기 터키,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 계측기기시장 개척 활동을 벌여 5백만달러 이상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렸다.
또 그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범용 전자, 통신계측기를 미주지역에 공급해온 LG정밀은 유럽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디지털 멀티미터와 온도, 전기 측정기 등 생산물량을 전량 수출하고 있는 서미트는 미국 및 유럽 등 기존 수출지역 뿐만 아니라 중남미, 동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흥창은 중국 청도 현지공장 등을 통해 중저가 전자통신계측기를 생산해 유럽과 미주에 수출하고 있고, 수출전문업체인 메텍스도 주력품목인 디지털 멀티미터를 내세워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테스콤은 동남아와 중국에 이어 미국시장에 무선호출기 측정장비를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업체들은 IMF 구제금융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와 자금난을 감안해 국내외 수요가 많고 조기실용화가 가능하면서 수입대체 효과가 큰 유, 무선 통신, 반도체용 계측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CDMA계측기시장이 호황을 누려도 옆에서 지켜만 봐야 했던 국내업체들도 CDMA 등 무선통신시장을 타깃으로 종합서비스 모니터, 스펙트럼 분석기, 시뮬레이터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종합정보통신망용 프로토콜 분석기, 광파워미터 등 광통신용 계측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대만산의 중저가 제품에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체간 중복투자를 막고 국내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업체들이 제품 개발 및 판매에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IMF 불황에도 불구하고 외국 전자통신 계측기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HP, 텍트로닉스, 플루크, 독일 로데&슈와르츠, 반델&골터만, 일본 안리쓰, 어드밴테스트, 안도 등이 이미 국내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미국 리크로이社가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전자통신 계측기기시장이 외국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그동안 CDMA계측기시장을 장악해온 한국HP에 맞서 기존 이동통신 계측기업체인 어드반테스트, 로데&슈와르츠, 안리쓰에 이어 최근에는 안도, 마르코니 등도 잇따라 CDMA용 계측장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경쟁에 뛰어들어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외국업체들은 광대역 CDMA방식의 무선가입자망(WLL)과 차세대 이동통신시스템(IMT 2000) 등 조만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실시할 차세대 이동통신용 계측기시장을 겨냥해 관련 계측장비를 속속 개발, 국내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오실로스코프시장에서 활발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멀티미터, 신호분석기, 신호발생기 신제품 출시와 함께 광섬유 통신장비 및 광대역 고속장비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편 올들어 전세계적인 기업 인수합병(M&A) 열풍이 계측기업계에도 여지없이 불어닥치면서 국내 중소 계측기업체들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데이터, 광통신용 계측기업체인 반델&골터만社와 이동통신 계측기 전문업체인 미국 웨이브텍社가 합병한 데 이어 무선, 광통신 계측기업체인 미국 IFR社는 영국의 이동통신 계측기업체인 마르코니 인스트루먼트社를 전격 인수키로 했다.
또 세계적인 소형 계측기기 생산업체인 미국 플루크社가 공정 계측제어기기업체인 미국 다나허社에 합병됐고, 미국 텍트로닉스사는 독일 지멘스사의 통신계측기사업부를 전격 인수하는 등 세계 통신계측기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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