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실장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 다나카라는 사람이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아주 깊은 관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오. 다나카는 일본의 극우주의자였소. 당시 우리나라의 통신시설을 침탈하고, 그 시설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우리 독립군들을 제압하는 데 활용한 아주 악독한 사람이었소. 우리가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오. 또한 다나카는 통신기술자요. 김 실장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술자는 자신의 기술에 대해 굉장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소. 그래야만 기술자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오. 다나카, 만일 다나카의 직계가 일본의 NTC를 운영하고 있다면 그들은 기술적인 능력면에서 심한 두려움을 느꼈을 거요. 바로 중국시장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오. 김 실장도 잘 알다시피 통신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 차이가 많지 않아요. 거의 대등한 수준에 놓여 있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당시와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어요. 만일 다나카가 살아 있다면 우리나라가 중국 통신현대화사업의 사업권을 확보하게 되면 자살하고 말 거요.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거요. 그래요. 그만큼 기술자로서 자부심이 많은 극우주의자였소.』
중국 통신현대화사업.
김지호 실장은 맨홀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일본과 벌이는 사업권 획득전쟁에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중국의 그 거대한 대륙의 통신현대화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다면 경제회복의 기본 바탕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을이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다.
차창으로 지나치는 김포평야에서는 그림처럼 농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김 실장, 일본이 중국 통신시장을 놓고 우리와 전쟁을 벌인다고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아마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를 입히려고 할거요. 암, 하고도 남을 녀석들이요. 그 중심이 나는 NTC라고 믿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오. 만일 요람일기 인권을 찾아 다나카의 신상에 대하여 파악할 수 있다면 좀더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될 수 있을 거요. 참, 아까 하던 이야기 어떻게 됐지요? 오늘 오전에 오피스텔에서 있었던 일 말이오.』
『네, 선생님. 오늘 오전에 그 사내의 방으로 김창규 박사와 몰래 들어가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가 쓰고 있는 장비는 이번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일으킬 수 있는 장비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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