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중견SW업체인 H사의 직원들은 정부의 벤처기업정책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분통을 터뜨린다. 직원들이 회사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각자 보유한 주식을 공개 매각하려 했다가 좌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 당국은 이 회사 직원들의 공개매각 시도를 『1억원 이상의 비상장주 거래는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제지했던 것이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현행법에 저촉돼 어쩔 수 없이 주식매각을 포기했지만 직원들의 정성을 모아 회사를 돕겠다는 것마저 허용하지 못하는 국내 벤처기업정책의 허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H사는 그후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금난을 모면했으나 여전히 많은 문제들로 지금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고 있다.
H사의 사례는 국내 벤처기업정책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벤처기업정책의 문제점은 「대부분 자금지원에 집중됐으며 이 또한 정작 받으려고 하면 절차가 까다롭고 시일도 많이 걸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새 정권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SW업계에 『SW산업을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벤처기업 2만개 육성」과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와관련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과 산업자원부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사업에 각각 수백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정책의 방향은 자금의 지원에 집중됐을 뿐, 금융권과 벤처자본의 SW업체 지원을 유도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조성하는 것과 같이 SW산업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게 SW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다.
한 그룹웨어업체 사장은 『정부정책이 부실한 SW업체를 양산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만 늘려 놓아 가뜩이나 어려운 기존 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킬까 걱정』라면서 『정부가 국내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SW업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그룹웨어업체들은 최근 『행정자치부가 부처간 문서표준화를 위해 그룹웨어를 독자 개발해 배포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민간업체의 그룹웨어를 표준화하려고 하는 시도야말로 정부의 변화된 SW정책으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새로운 역할을 정책당국이 지속적으로 맡아 발전시켜 나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부 관료들이 자금지원과 같이 가시적이면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일을 제쳐두고 생색도 나지 않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일부 그릇된 인식을 가진 관료들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일 수 있으나 『국내 SW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는 견해만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SW업계 한켠에서는 아예 정부의 SW정책과는 담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SW개발업체인 M사의 J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SW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나 다름없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해외로 본사를 옮겨 우리나라의 SW정책과 금융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날 생각이며 벤처기업들도 더이상 정부정책에 기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으나 국내 SW산업에서 정부정책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아직 정부정책에 기대할 것이 많다. 이와관련 SW업체 관계자들은 『업체들이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데 들이는 노력의 일부라도 모아 정책당국으로 하여금 올바른 정책방향을 세울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어 SW업계는 이번 한컴사태를 계기로 SW정책에 대한 정부인식에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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