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인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뜻을 한꺼번에 담고 있는 말입니다.
한국기업들이 최근 맞닥뜨린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기업은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혁신적인 경영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 케임브리지테크놀로지그룹(CTG)과 SAP코리아가 공동으로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개최한 「최고경영자 포럼 98」 참석차 방한한 미국의 존 도노반 박사는 IMF 한파를 맞은 한국의 위기상황을 이렇게 낙관했다.
MIT대학 교수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경영, 기술컨설팅 업체인 CTG의 회장을 맡고 있는 도노반 박사는 최근 정보기술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3계층」 개념을 창시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 그는 그동안 줄기차게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IT환경을 개방형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는 재벌기업의 구조조정, 공기업의 민영화, 인수합병과 외자 유치에 따른 금융개혁 등 새로운 환경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이 이같은 환경 변화에 맞게 변신하려면 기존의 경영전략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도노반 박사는 『그러나 많은 기업들의 경영 혁신에서 전술과 전략을 혼동하는 맹점이 발견된다』며 『이를테면 기업들이 경영 혁신을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도입 자체를 경영 전략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RP를 구축한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제품에 대한 잡다한 설명만 붙여놓았을 뿐 이를 본 소비자의 주문이 곧바로 생산 현장으로 전달돼 배달로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지 않아 결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 기존의 유통 단계를 거치는 실정입니다. 첨단 정보기술 자체보다도 이를 경영 전략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중요한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소홀히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노반 박사는 한국기업들이 앞으로 채택할 경영전략의 방향으로 △고객 중심의 사고로 △기업 조직과 기능을 개선하고 △글로벌한 경영 환경에 맞는 경영 체제의 구축을 꼽았다. 이를 위해 기업내부는 물론 부품협력사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공급체인에 걸친 업무과정재구축(BPR) 작업을 전개하고 적절한 정보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같은 경영혁신에는 당연히 변화에 저항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어 여기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박4일의 방한기간 동안 세미나 일정 외에도 삼성 이건희 회장 등 교분이 두터운 국내 재계 인사들과 만난 도노반 박사는 10일 한국을 떠났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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