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32)

김지호 실장은 승민의 원고를 읽다 말고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 맨홀에 아직도 남아 있는 "고장수리중"이라는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맨홀 속에서는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통신망은 정상운용이 가능해졌고, 이제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게 될 때까지는 통제실을 비롯한 모든 부서에서는 한시름놓게 될 것이다.

다행이었다. 어쨌든 다행.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은행사고와 혜경이라는 여자의 죽음을 별개로 친다면 3개월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사고를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단 3일만에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승민의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마지막 부분. "침투"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다. 침투.

온라인 무인경비시스템의 온라인이 끊긴 황금장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부분이었다. 거기서 글은 끝나 있었다.

무인경비시스템은 전용통신망을 이용하여 경비망을 구성하고, 그 통신망을 이용하여 경비담당회사에서 감시하다 이상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보석상점을 비롯한 중요 점포에서는 무인경비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 무인경비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이다.

무인경비시스템은 전용통신망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감시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전용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의 각종 센서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출입문과 창문 등에 설치된 충격감지용 센서와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들은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각 센서에서 감지한 데이터를 경비를 맡아 관제하는 경비회사까지 전달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통신회선에 고장이 발생하게 된다면 경비를 맡은 회사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경비원들이 나와서 지켜줄 것인가? 이번 사고와 같이 대량으로 통신망이 끊겼을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인들은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지호 실장은 잘 알고 있었다. 유선에 장애가 발생하면 무선으로, 무선에 장애가 발생하면 위성을 통하여 경비회사의 관제소로 데이터를 보내게 되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유선이 끊긴 상황에서 황금장으로 침투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황금장의 무인경비시스템이 오프라인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승민은 황금장으로 침투했고, 현장에서 연행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경찰서 유치장의 승민을 떠올렸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승민이 이번 사건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되었다는 말인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