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지도" 바뀐다 (9);전지팩시장

국내 전지팩 업계가 극심한 수요위축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퇴출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초호황을 구가하던 국내 전지팩 업체가 올들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은 국내 전지팩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

국내 전체 전지팩 시장의 90% 정도를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팩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 전지팩 시장이 휴대폰의 보급 정체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지난해의 경우 2셀(Cell)형 전지팩이 기본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1셀형이 보편화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와 비슷한 정도로 휴대폰이 보급된다고 해도 전체 전지팩 시장규모(매출액 기준)는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전지가격 하락요인까지 계산하면 올해 국내 전지팩 시장규모는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인 1천6백억원 남짓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전지팩 수요위축은 2∼3년 전부터 우후죽순격으로 전지팩 사업에 참여, 20여개 중소 전지팩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국내 전지팩 업계에 자체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그 바람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미 유아전자가 부도로 쓰러졌고 일부 전지팩 업체도 최근 들어 극도로 악화된 매출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전지팩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전지팩에서 손을 드는 업체가 상당수에 달할 전망』이라면서 『특히 국내 신규 휴대폰 업체들이 계열관계를 맺고 있는 특정 전지팩 업체에 전지팩 수요를 몰아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소 전지팩 업체들은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나름대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면서 확실한 전지 공급망을 갖고 있는 선두 전지팩 업체는 오히려 사업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전반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전지팩 업체는 한림산전과 샤프트코리아 정도라는 것이 전지업계의 분석이다.

한림산전은 지난해 국내 전지팩 시장의 4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이고, 샤프트코리아는 프랑스 최대 전지업체인 사프트가 1백% 출자한 현지법인이다.

한림산전은 국내업체로는 유일하게 리튬이온전지용 보호회로를 자체 개발, 선진 전지업체로부터 제품사용 승인을 획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부터는 외국 휴대폰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샤프트코리아는 샤프트가 합작 설립한 일본 GS멕코텍에서 리튬이온전지와 보호회로를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어 대리점을 통해 전지를 조달하는 여타 중소 전지팩 업체보다 가격 측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하고 있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구조조정 한파를 비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휴대폰 업체와 특별한 계열관계가 없거나 독보적인 기술력 없이 이 사업에 참여한 일부 전지팩 업체가 자연 도태되는 가운데 국내 전지팩 업계 판도는 연말께 지금과는 새로운 모습을 그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