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은행들이 퇴출대상 은행의 전산실 장악에 부심하고 있으나 퇴출은행의 전산실 직원들의 반발이 조직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실제 문제해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을 비롯 신한은행, 주택은행, 하나은행, 한미은행 등 인수은행들은 전산부 직원들을 퇴출대상 은행에 급파했지만 패스워드나 부팅 절차를 모르는 등 이기종 시스템의 운용이나 업무처리 절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속수무책인 상태다.
특히 일부 퇴출대상 은행에서는 업무 매뉴얼이나 일부 프로그램을 사전에 파기한 흔적마저 보이고 있어 합병대상 은행 직원들의 협조없이는 단기간내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동은행을 인수하는 국민은행은 25명 정도의 전산실 직원을 동남은행 전산실에 파견했으나 대동은행이 국민은행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유니시스 기종을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손을 못대고있다. 극민은행 한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소스를 인계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하기는 어렵다』며 『일이 진척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실토했다.
신한은행 역시 동화은행 전산실에 진입한 후 현재 원장을 백업해 놓고 온라인을 최단기간내 가동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으나 동화은행 직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없어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30명 정도의 직원을 파견, 작업을 하고 있으나 동화은행 직원들이 협조를 거부해 프로그램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IBM기종을 사용하고 있는 한미은행은 합병대상인 경기은행이 사용하는 NCR기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전북은행의 직원들을 급히 지원받아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수은행들이 퇴출대상 은행의 전산실 장악에 난항을 겪음에 따라 금융전산망은 물론 본지점간 거래중단사태 역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은 금융전산망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따라 29일 퇴출대상 은행에 대해 금융망 접속을 중단시켰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시스템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되느냐는 전적으로 퇴출은행 전산직원들의 협조여부에 달려있다』며 『현재의 퇴출대상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볼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예측했다.
인수은행 전산실의 한 관계자도 『퇴출대상 은행 직원들과 타협점을 찾지 않고는 당분간 시스템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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