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통일소와 중고PC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 5백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다녀오던 날 1천만 남북 이산가족들은 통일의 그날이 마치 눈앞에 성큼 다가온 듯 가슴이 설레였다. 설사 거창하게 통일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소들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다소나마 해방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흐믓한 일이다.

통일소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는 북한에 중고PC를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부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펜티엄급 PC가 활발히 등장함에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286, pH86, Mbps86 PC들을 북한에 보내 북한의 정보화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비록 IMF로 중고PC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는 있지만 북한사회의 정보화를 위해 우선 북한으로 보내자는 운동이다.

통일소가 북한 주민들에게 육체적 자양분을 공급해 곤궁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다 준다면 중고PC는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통일소가 새끼를 치고 또 농사에 투입돼 곡식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허기를 메울 수 있다면, 중고PC를 이용해 북한의 어린이들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세계와 같이 호흡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정보화의 요체는 호환에 있다. 즉 서로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퓨터와 가전기기가 서로 통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하고, 워드와 그래픽이 통하고,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온갖 군상들이 서로 통하는 시대가 왔다. 요즈음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인터넷 열풍도 결국 따지고 보면 서로 통하자는 데 있다. 내가 만든 각종 자료들을 남들이 쉽게 살펴보고 활용함으로써 서로 통하게 된다면 참된 정보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에 전달되는 PC들로 인해 북한에도 정보화가 개화돼 서로 쉽게 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온갖 정보가 통하면 마음도 통할 것이고 그러면 비무장지대도, 판문점도 열리며 따라서 통일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 중고PC 보내기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글」도 북한으로 무상공급돼 「글」이 그야말로 남북의 통일 워드프로세서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소와 중고PC가 당초 제공자들의 소망대로 북한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양식이 된다면 통일되는 그날을 성급히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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