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시장의 강자는 누구인가.
첨단 정보통신 시대의 작고 가벼운 개인비서 PDA(개인휴대단말), E-메일부터 개인정보 관리, 문서작성까지 한마디로 「움직이는 사무실」을 실현시켜 주는 팔방미인 PDA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PDA라면 보통 팬을 사용하는 팜 파이럿 류를 연상하기 쉽지만, 손에 들고 다닐 만큼 초소형 PC인 HPC(Handheld PC)까지 포함한 이동컴퓨팅 개념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물론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만한 사이즈라는 의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팜PC(Palm PC)라고 호칭했다가 팜 파이럿을 모방했다는 여론에 밀려 살짝 이름을 바꾼 P/PC(Palm Based PC)나 역시 MS사가 제안한 H/PC도 PDA에 속한다.
우리나라엔 아직 본격적인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PDA는 이미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만한 명함 크기부터 휴대하기엔 조금 거추장스러운 미니노트북 사이즈까지 다양한 제품군들이 팔리고 있다.
현재 PDA시장의 절대강자는 마켓 셰어 60%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쓰리콤사의 팜 파이럿. 96년 출시된 후 2백만대 이상 팔려나간 이 제품은 역대 PDA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사실상 PDA의 원조는 애플사가 93년 출시한 「뉴튼」이고 뒤를 이어 「매시지패드(애플)」, 「엔보이(모토롤라)」, 「200LX(휴렛팩커드)」 등이 잠깐씩 눈길을 끌었지만 팜 파이럿만큼 폭발적 지지를 받은 제품은 없었다. 포켓 사이즈에 팬으로 필기체를 인식하도록 고안된 팜 파이럿은 비교적 단순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OS와 쉬운 데이터 접근, 그리고 풍부한 응용프로그램으로 데뷔 초부터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제품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온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쓰리콤사 자체개발 OS를 탑재한 팜 파이럿의 인기가 소프트웨어 업계 거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이 회사는 정보가전용 OS인 윈도CE 1.0을 출시하면서 H/PC 개념을 제안해 팜 파이럿 경쟁자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초창기 H/PC 제품들은 컬러가 지원되지 않고 스펠교정기능이 없으며 프린팅이 불가능 하다는 이유로 냉대받았다. 뚜껑을 열어 키보드를 꺼낼 수 있어 사용자친화력이 높고 윈도95와 프로그램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그다지 충족되지 못했다. 결국 윈도 CE와 윈도95는 일란성 쌍생아가 될 수 없었던 것.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지난해 10월 윈도CE 2.0을 공개하면서 P/PC(당시 암호명 그린폰) 개념을 제안했다. 제 2라운드가 시작된 것. P/PC는 H/PC보다 작고 팬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팜 파이럿과 정면승부가 가능해 보였다. 더구나 윈도CE 2.0은 개선된 웹 브라우저와 컬러 지원, 그리고 트루 타입 폰트와 E-메일 접속 등을 약속해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 카시오, 필립스, 파맥스, 에버렉스, 유나이덴 등많은 PDA 메이커들을 끌어들었다.
또한 MS사는 P/PC 뿐 아니라 터치 스크린 PDA에 카 오디오와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합친 A/PC(Auto PC), 리브레또류의 미니노트북 사이즈 시장을 노린 암호명 주피터, 기능을 대폭 보강한 차세대 H/PC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시켜 팜 파이럿 대항세력을 규합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 MS진영에서는 이렇다할 스타PDA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PC컴패니언(컴팩), MC/2(에릭슨), HP팜탑(휴렛팩커드), 모빌프로(NEC) 등의 H/PC와 카시오페이아 E-10(카시오), 프리스타일(에버렉스), PD-300(팔맥스) 등의 P/PC를 비롯, 10여개가 넘는 제품이 나와 있지만 아직 히트작이 없는 것.
오히려 윈도CE 대신 자체 OS를 탑재한 전자수첩 크기의 Franklin Rex-3-DS, 고가의 핸드 핼드 PC인 Psion 시리즈 5 등이 더 선전하고 있다. PDA의 종가 애플사도 전설 속에 사라진 뉴튼 대신 맥 OS를 채용한 저가형 PDA 개발을 선언했다. 게다가 쓰리콤은 수성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의 팜 파이럿보다 두 배 빠른 실행속도와 강력한 통신기능, 곡선형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팜Ⅲ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98년에도 팜 파이럿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차세대 H/PC와 P/PC 제품군을 보강시키고 응용모델인 A/PC를 공개할 올 하반기 PDA시장은 더욱 복잡한 혼전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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