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통합한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의 위성방송사업자가 과연등장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위성방송의 바람직한 사업자 구도를 놓고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위성방송사업자간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한국통신과 DSM을 중심으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정보통신부가 내년 발사 예정인 무궁화 3호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위성을 통합한 단일의 위성방송 컨소시엄에 위성방송사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 움직임은 최근 정부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기업의 민영화 및 구조조정 문제와 맞물리면서 한층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의 위성방송사업자를 구성하는 방안은 국내의 협소한 방송시장 상황과 프로그램 공급 능력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이야기다.
한국통신과 DSM이라는 위성방송사업자가 각각 별도의 위성을 이용해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할만큼 국내 위성방송산업의 기본 토양이 비옥하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통신이 무궁화3호기의 통신용 중계기 12개를 방송용으로 전환할 경우 방송용 중계기를 포함,가용채널이 1백68여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DSM에서 제공할 위성방송용 채널 80개까지 합하면 국내에 활용 가능한 채널은 무려 2백50여개에 달한다. 취약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국내 독립제작사의 현실,프로그램 공급사(P)들의 제작역량,광고 및 유료가입자 시장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때 2백50여개에 달하는 가용 채널을 1백% 수용하기는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선도 매체」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던 케이블TV와 지역민방이 IMF사태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잇는 것만 봐도 잘 알수 있다. 게다가 당초 위성방송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던 업체들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올들어 위성방송 전담팀을 해체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위성방송 사업자 구도가 경쟁체제로 갈 경우 양사업자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향후 한국통신과 DSM등 위성방송 사업을 준비중인 업체중에서 누가 그랜드 컨소시엄의 주도권을 행사하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18일 통신위성, 우주산업연구회 주최로 열린 우선 위성방송 관련 세미나에서 한국통신의 조진영 박사는 국내 시장 여건상 2개의 위성방송사업자가 복수의 위성을 이용해 경쟁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며 무궁화위성을 중심으로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들이 단일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게 바람직스럽다는 주장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한국통신측의 입장에 대해 DSM측은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간의 역할분담 및 통합운영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DSM측은 데이콤에서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투자한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해외의 위성체로 폄하하는 시각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국내업체가 8천9백만달러를 투자,영구 사용권을 획득한 위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은 10개 중계기가 한반도를 직접 겨냥해 위성체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에 매각할 수도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국내 위성방송 사업자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DSM의 최영호 이사는 『일본의 퍼펙TV와 J스카이B가 통합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위성사업자간에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무궁화위성과 데이콤 위성 모두 올해중에 시스템 구축등 투자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통합 논의가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방안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해결해야할 난제가 적지않다. 우선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한국통신과 DSM간의 갈등 관계를 조정해야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통신이 무궁화위성을 중심으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DSM측의 반발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DSM에 투자하기로 한 루퍼트 머독측이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방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장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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