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한글을 살리자 (1)

최근 한글과컴퓨터의 글포기 선언이후 글살리기 운동이 국민운동으로 확산되는 등 갈수록 파문이 커지고 있다.이에따라 글포기 사태의 원인과 글살리기 운동의 향후 전개방향 등에 대해 몇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한글」을 살리자는 운동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PC통신의 한글살리기 서명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일주일만에 10만명을 넘어서는 가 하면 모금운동 창구에는 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일반국민은 물론 벤처기업, 소프트웨어 업계의 유명인사 등 업계 관게자들도 줄줄이 글 살리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한글」을 살리자는 여론이 폭넓게 확산되는 것은 국민들이 한글을 단순히 하나의 소프트웨어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한글의 특별한 의미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글은 정보화시대의 우리문화의 상징이며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자존심이다. 한글은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가능성을 보인 제품이다.컴퓨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SW로 운영체계(OS)가 있다면 워드프로세서는 응용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이런 기본 소프트웨어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것으로 지켜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애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어를 포함해 우리글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는 점은 학자들이 많이 내세우는 한글의 우수성이다.이들이 글로벌시대에 우리글을 지켜가듯 정보화시대에 한글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글을 우리글의 또다른 모습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가장 큰 문제는 한글의 포기가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이다.현재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PC사용자는 약 1천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시장점유율이 70%가 넘고 있고 정부나 기업,개인의 수많은 자료가 이를 기반으로 보관돼 있다.

한글의 포기는 바로 이들 사용자들에게 추가적인 교육비나 자료유지비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특히 한글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해온 기업들에게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정도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제품이 독점화될 경우 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국민적 부담은 훨씬 더 커지게 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이미 PC메이커들은 한글이 사라진 이후 MS워드 번들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들이 한글을 우리나라 SW산업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글의 포기가 「역시 우리는 안되는 구나」하는 절망감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또하나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포기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태도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국민들은 이미 한글을 개발한 것은 소수 몇 명일지 몰라도 한글이 전국민의 성원속에 국가재산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미 한글의 소유권이 한 기업에 속해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의 사업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고있다. 이들은 오늘의 사태가 한글과컴퓨터의 경영실패 때문이지 한글의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 제품이 사업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특히 1천만명이나 되는 사용자들의 뜻을 도외시한 채 특정기업이 국민재산인 글의 퇴출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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